내 딸의 딸 병원에 입원하다
내 딸의 딸이 일주일 동안 약간의 기침과 함께 열이 오르락내리락해서 동네소아과를 가서 해열제와 감기약을 처방받았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야간에 열이 39℃까지 올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전화해 보니 1세 미만은 진료가 불가하다고 한다. 내 딸이 누구에게 들었는지 119에 어떻게 아기 열날 때조치해야 하는지 문의해 보라고 하였다. 천사다 정말 상세하게 조치요령을 알려주었다.
아침까지 응급조치 덕분에 무사히 넘겼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한지 내 딸이 내 딸의 딸을 데리고 동네병원에 가서 A형 독감 검사를 해라고 했다. 얼마 전 내 딸이 A형 독감으로 고생했는데 증상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다음 날 오후 4시쯤 동네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제 검사한가 A형 독감이니 빨리 어린이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시키란다. 내 딸이 없는 상황이므로 나와 집사람이 어린이 병원으로 가서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그래도 달빛병원이라서 야간 11시까지 진료가 가능하여 의사진료를 받고 입원 수속을 할 수 있었다.
내 딸의 딸이 9개월 조금 넘은 상황이라 너무 어려서 1인실을 요청하였는데 환자가 많아 겨우 한 자리 남아있어 다행히 입원할 수 있었다.
수액과 을 맞기 위해 혈관주사를 팔에 넣기 위해 아내와 내 딸의 딸을 데리고 주사실로 들어갔다. 울음소리가 밖으로 크게 들려온다. 몇 분 후 나오는 아내와 내 딸의 딸 모두 눈물범먹이 되어 나온다. 조그만 손에 주삿바늘이 꽂혀있는 것을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어린이병원 1인실은 조그만 매트 2개에 화장실이 전부이다.
입원실은 보호자 1인 밖에 출입이 안 된다. 유아들의 감염을 위한 필요한 조치지만, 보호자가 9개월짜리를 돌보며 식사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벌써 늦은 저녁이 돼서 급히 나가서 김밥을 사서 아내에게 주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다음 날 아내가 뻗었다. 아침에 병원에 가보니 열이 나고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빨리 내 딸에게 연락하여 교대 후에 병원에 데려가보니 감기몸살이다. 아내는 약을 먹으면서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동안 내 딸이 병원에서 하루를 지냈는데 그다음 날 뻗어서 SOS를 청한다. 사위는 병원 근처 호텔에서 있으면서 수시로 잔심부름을 하였지만 입원실 안으로 들어가질 못하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시로 아이가 칭얼대어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어 탈이 난 것이었다.
아내가 감기몸살에도 다시 일어나 마스크를 쓰고 아동병원으로 가서 이후 퇴원 때까지 내 딸의 딸을 돌보며 있었다. 집에서 쉬려니 자꾸 눈에 밟혀서 안 되겠단다.
병원에서 슈퍼파워를 보았다. 혼자서 쌍둥이 아기 2명을 보살피는 엄마를 보았는데 아이들의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울어 젖히는데 "이 시간이 지나면 되겠지" 초월한 자세로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 키우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다행히 어린이병원에서 가서 치료를 받으니 4일 만에 좋아져서 퇴원을 하였는데 병원에서 축 처져있던 내 딸의 딸이 집에 오니 익숙한 환경에 신이 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집이 좋지!
안아보니 몸무게가 줄어서 가볍게 느껴진다. 내 딸의 딸 고생했다.
그다음 날 내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늦게까지 돌아다니며 집안일에 관심도 없는 아들놈만 지금까지 멀쩡하다.
앞집에서 아내에게 "이전에 내 딸도 정성스럽게 키우더니, 내 딸의 딸도 너무 정성스럽게 키워서 힘이 드는 것 같아서 불쌍하다"라고 한다. 그래 내 자식도 아닌데.....
적어도 내 딸이 집에 와있는 동안만은 지들 자식이니 잘 돌볼 거니 빨리 집을 빠져나와 어디로든 도망가자고 아내와 약속했다.
웬걸 내 딸이 와서 도망 나온 지 2시간 정도 지나자 발걸음이 자연스레 집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