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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n 29. 2016

이런 고백은 어때요

사랑 편

- 이런 고백은 어때요 -


그러므로 도인 당신과 미인 내가 한 음 높아지고 한 음 낮아져 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당신의 소리로 빛나고 나는 나의 소리로 당신의 세계를 밝혀, 멜로디는 화음이 되고 화음은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되어주기를, 이렇게 우리 하나의 세계에 담겨, 어깨를 나란히 하고.

- 황경신,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중.


어쩌면 우리 지나치는 버스에서 마주쳤던 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매일 타는 271번 버스를 타고 청량리 방면으로, 너는 난생 처음 타보는 2115번 버스를 타고 중랑차고지 방면으로 오고 가는 중에, 중랑교 정류장쯤에서.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아주 빠르게 지나치긴 했겠지만, 어쩌면 꼭 한 번은 마주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잖아. 이 정도의 운명이 우리를 가지고 심술을 부리다가 어느 날, 기분이 아주 좋은 날, 무슨 바람이 불어 우리를 만나게 한 게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목이 다 잠기도록 사랑에 빠졌겠어. 


이제 나는 사랑에 빠져 죽어도 좋겠어. 내가 들이쉬는 숨결에 네 향이 담겨 있어 나는 온통 너로 채워져 있으니, 다시는 저 고통과 미련과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 위로 떠오르고 싶지 않아. 이대로 네게 잠겨 있게 해줘. 오직 너를 위해 사랑을 노래할 게. 내가 적는 사랑의 시어들은 모두 네 것이 될 거야. 내가 가진 모든 사랑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네 마음에 부어줄 게.


그러니 우리 조금 다른 사람이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밝히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랑을 하자. 나는 네게 온전히 잠겨, 너는 나를 온전히 품어 아무도 떠나지 않는 사랑을 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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