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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02. 2022

6학년 도덕 수업 덕에 꺼내 본 백두산 포토북

백두산 천지(2008년 7월 30일)/ 포토북 프롤로그

지난주 6학년 도덕 수업이 '5. 우리가 꿈꾸는 통일 국' 단원 마지막 차시였다. 평화 통일이 되어 통일 한국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통일된 우리나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는 수업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려 유적지를 보고 싶어요."

"자전거를 타고 백두산까지 여행하고 싶어요."

"비행기 말고 기차나 승용차를 타고 유럽으로 여행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평양냉면을 평양 옥류관에 직접 가서 먹고 싶어요."

등 다양한 생각을 발표하였다.


나도 수업하면서 통일이 되면 무엇을 가장 먼저 고 싶은 지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수업 날 2008년 7월 말에 백두산에 다녀오며 포토북 만든 것이 생각나서 찾아서 수업시간에 가져갔다.

"선생님은 백두산 천지 보고 왔는데......"

"선생님, 북한 다녀오셨어요?"

라고 묻는다.

백두산은 중국을 통해 다녀올 수 있다고 말해주며 백두산 여행기를 들려주었다. 다녀와서 CD에 사진을 저장해두고 동영상 플래쉬도 만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 아쉬웠다. 그때는 usb나 외장하드가 나오기 전이다. 다행히 백두산 천지에서 찍은 포토북 사진을 보여주며 백두산 천지를 보고 왔음을 증명했다.



2008년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45일 동안 백두산 천지를 다녀왔다. 우리가 가기 전에 1박 2일 팀이 백두산 천지를 다녀와서 백두산 천지에 한 관심이 많을 때였다. 강서 교총에서 하계연수로 실시한 백두산 서파 여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백두산은 북파를 제외하면 동서남 세 곳으로 오를 수 있는데 우린 서쪽 서파로 오르는 코스이다. 북파는 북한쪽에서 오르는 코스라 그 때는 불가능했다. 1박 2일에서 다녀온 남파는 자동차로 올라가서 조금만 걸으면 천지에 도착하여 천지 물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고 했다. 서파는 1,236개 계단을 올라가서 천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다.


단동 페리에서/압록강 유람선

인천 연안 부두에서 동방명주호 페리를 타고 배에서 잠을 자며 14시간여의 항해 끝에 중국 단동에 도착하였다. 깜깜한 밤바다를 보는 것도 너무 멋졌고 배에서 본 일몰도 너무 황홀했다. 단동에 도착하여 의주를 건너다보며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육이오 때 끊어진 압록강 단교와 새로 만든 철교 아래를 유람하며 강 건너 보이는 북한에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버스로 5시간 정도 달려 집안에 도착하여 광개토대왕비와  장수왕릉인 장군총을 조망하고 통화의 호텔에 도착하여 쉬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보며 옥수수가 식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 셔틀버스/ 인력거
백두산 오르는 길(서파)

다음 날 버스로 5시간여를 달려 백두산 아래에 도착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백두산 중간까지 갔다. 이제 1,236개 계단을 오르면 천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리 아픈 것도 잊고 걸었다. 7월 말은 가장 더운 여름이지만 높은 지대라 서늘함이 느껴졌고 오르는 동안 날씨가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계단 양쪽으드문드문 피어있는 야생화 하나하나도 너무 소중했다. 계단이 많아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인력거를 타고 오를 수 있었다. 얼마인 지 기억은 안 나지만 요금을 지불하면 가능했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도 불어 여기까지 와서 천지를 제대로 못 보고 갈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구름이 걷히며 굉장히 넓은 호수의 파란 물색 천지가 보이는 데 감동이 물결쳤다. 그때 느낀 가슴 뭉클함이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동이었다.

"우리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맞는 것 같아."

함께 간 일행은 손을 마주 잡고 깡충깡충 뛰었다. 그다음에는 사진으로 남기려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분주해졌다. 지인 세 명이 함께 갔었는데 포토북 사진을 보며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이런 감동은 살면서 또 한 번 있었는데 독도를 방문했을 때다. 제주도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아직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는 오르지 못했다. 내년 봄에는 한라산 백록담도 꼭 보러 가리라 다짐해본다.


내려오며 금강대협곡의 웅장한 계곡을 보았다. 그 스케일이 정말 대단했다. 마지막 날 아쉬움에 새벽에 일찍 어나 룸메이트랑 통화의 황산공원에 가서 중국인들이 모여서 아침 체조하는 것도 보았다. 아침이면 임시 장터가 서는데 남자들이 삼삼오오 봉지를 들고 와서 아침 식사로 먹을 만두와 꽃빵을 사가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은 이름대로 우리나라와 많이 '차이나'는 것 같았다. 오래되긴 했지만 화장실이 옛날 우리 어린 시절에 사용하던 시골 화장실 같았는데 지금은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백두산 여행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배에서 2박은 비행기 여행보다 더 좋았다. 물론 여기저기 걸어 다닐 수 있어서 무릎도 아프지 않았고 갑판에 올라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따라오는 갈매기와 일몰을 본다는 것도 여행의 행복감을 더해 주었다. 백두산 여행은 정말 의미 있는 여행이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다가 6학년 도덕 수업을 하며 포토북을 꺼내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포토북 에필로그 끝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 속에 묻고
맑은 천지의 신비스러운 푸른 물빛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 내 인생에서 한 조각씩 꺼내
남은 삶을 즐겁고 보람 있게 살려고 한다.   -2008년 8월 8일

이라고 쓰여 있었다.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가끔 백두산 천지를 보고 왔다는 것에 뿌듯함이 있었는데 오늘 한 번 더 뿌듯함을 느낀다. 다시 학교에 시간강사이긴 하지만 선생님으로 출근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6학년 도덕 수업에 통일 단원이 있었기에 오늘 소중한 백두산 여행 추억을 꺼내보게 되어 감사한 하루다. 


10년도 더 지난 여행의 추억을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여행을 할 때마다 만들어 둔 포토북 덕분이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포토북처럼 글과 그림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주 중요함을 느낀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앞으로 나이 들어도 꺼내볼 수 있는 추억들이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이기를 기대하며 오래오래 글을 쓰리라 오늘 한 번 더 마음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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