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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02. 2022

친정엄마 한약이 돌고 돌아

도착한 친정엄마 한약

얼마 전 '친정엄마표 우리 집 보약' 글을 발행하였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글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서 조회수가 22,000이 넘었다.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205



겨울도 되고 해서 엄마 한약 한 제 지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생 친한 친구가 한의사라 우리 가족은 한약을 지을 때 대부분 거기서 약을 짓는다. 동생 친구 한의사는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훌륭한 한의사다. 친정어머니께서 강릉에 계실 때도 1년에 한두 번 동생이 한약을 지어 드렸다.


이번에는 내가 지어드리려고 전화했더니 짝꿍이 벌써 전화해서 한약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짝꿍에게 전화를 했더니

"당신 글을 읽다 보니 엄마 보약 대신 한약 한 제 지어 엄마에게 대접해야겠다고 해서 내가 전화했지."

그래도 나한테는 이야기했어야지 싶었다.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물론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짝꿍도 내 브런치 구독자라 내가 발행한 글을 꼭 읽고 라이킷을 해준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짝꿍에게 너무 고마웠다. 친정엄마 모시고 함께 사는 것도 고마운데 한약까지 지어주니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짝꿍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 가면 어머니 한약 와 있을 거야."

서둘러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짝꿍에게 한약이 안 왔다고 연락했다. 한의원에서는 분명히 보냈다고 하는데 이상했다.


무슨 착오가 있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카톡이 왔다. 친정집을 돌봐주고 계시는 윗집 사모님이

"집 앞에 우체국 택배가 왔네요."

순간 엄마 한약을 강릉집으로 보냈구나 싶었다. 바로 전화를 드렸다. 엄마 한약인데 강릉에 계시는지 알고 강릉으로 보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모님께 냉장고에 넣어 주시면 큰 동생에게 연락해서 우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사모님께 친정집 열쇠를 맡겨두어 집에 일이 생기면 늘 연락을 해주신다.

윗집 사모님께 늘 신세를 많이 지고 산다.


전화를 끊고 짝꿍에게 한약이 강릉집으로 갔다고 연락했다. 한의사님께 장모님이 우리 집에서 지낸다고 말씀드렸는데 보내면서 착각한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 강릉에 계실 때 늘 한약을 택배로 받아서 엄마 이름을 검색하다가 주소를 저장되어 있는 대로 보낸 것 같다. 바쁘면 그럴 수 있지 생각하고 홍천에 사는 큰 동생에게 연락해서 강릉에 한번 더 다녀오라고 했다. 11월 둘째 주에 강릉에 다녀와서 얼마 안 되었지만 다녀오겠다고 한다.


친정엄마 한약이 돌고 돌아 오늘 우리 집에 도착했다. 집 나갔다가 돌아온 탕자처럼 엄청나게 반가웠다. 오늘부터 저녁에 미지근하게 데워서 드려야겠다. 보약으로 지었으니 드시고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사위가 지어드린 한약 드시고 겨울 감기도 이기고 코로나도 이기기를 바란다.

친정엄마도 사위가 한약을 지어드렸다는 말에

"돌봐주는 것도 고마운데 한약까지 지어주어 고맙네."

인사 잘하는 엄마가 사위에게 말한다.


요즘 친정엄마 인지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물론 예전 같진 않지만 생활하시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매일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기억하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 이대로도 만족한다. 더 나빠지시지만 않으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 너무 감사하다. 주간 보호센터에서 오시면 혼자 안마 의자도 꼭 하시며

"여기서 치료하니 허리가 좋아지는 것 같아. 병원 갈 필요 없어"

고 하신다. 정말 아픈 허리도 많이 좋아지셨다.  요즈음 집에서는 보행기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걸으신다.


"장모님, 한약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한약을 지어준 짝꿍을 위해 오늘은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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