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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Feb 01. 2023

새해 2월 첫날 나에게 주는 시

이은희 시인의 '나이를 먹더라도'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1월이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다. 새해 첫 주는 새해 인사하느라 바빴고 둘째, 셋째 주는 시간 강사로 출근하느라 바빴다. 참 1월 17일에는 1년에 한 번하는 담임 목사님 대심방으로 축복 기도를 받았다. 넷째 주는 설 연휴로 가족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남동생 식구들이 방문하여 친정엄마에게 세배도 드리고 대 가족이 함께 떡국도 먹었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1월이 훌쩍 떠나버렸다. 1월은 날씨도 많이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다. 누구는 설이 빨라서 그렇다고 하고 누구는 윤달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유야 어떻든 추운 1월은 확실했다.


요즘 TV에서 도시가스요금이 큰 이슈다. 우리 집도 폭탄을 맞았다. 나는 집이 추운 걸 싫어한다. 특히 바닥을 디뎠을 때 찬 느낌이 싫다. 그냥 겨울 3개월 가스비 내고 따뜻하게 살며 건강하자고 생각해서 안 쓰는 방 가스도 잠그지 않는다. 밸브를 다 열어놓고 산다.


1월이 너무 추워서 외출할 때도 보일러를 끄지 않고 외출 모드로 해 놓았었다. 요즈음 가스비 절약법도 뉴스에 자주 나왔다. 외출 모드로 해 놓으면 가스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외출 모드보다는 1도 라도 낮게 맞추어 놓으라고 한다. 그런 것도 모르고 거의 한 달 이상을 낮 시간 동안 외출모드로 맞추어 놓았다. 요즈음은 외출 모드로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지 뭐. 대신 따뜻하게 지냈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추위와 싸우다 보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1년도 빨리 지나갈 것 같다. 세월이 빠르니 나이도 빨리 먹는 기분이다. 이번 달 시로 이은희 시인의 '아이러니 너' 시집에 있는 시를 필사해 보았다.


사람들이 가끔 나를 보고 소녀 같다고 이야기한다. 철이 덜 들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순수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그 말을 좋아한다. 내 꿈이 예쁜 할머니로 나이 드는 거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이 예쁜 할머니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참, 곱게 늙으셨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 내 마음과 같은 시다. 이 시를 읽으며 나이 들어도 소녀의 청순함과 순수함을 가져야지 다짐해 본다.


필사 노트
나이를 먹더라도

                이은희

나이를 먹더라도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소녀처럼
그렇게 한 인생 살고 싶다

나이를 먹더라도
짧은 숏커트의 뽀글뽀글 파마머리는
되기 싫고

나이를 먹더라도
밥풀 묻은 펑퍼진 몸빼의 주인은
되기 싫다

나이를 먹더라도
여고시절 사랑했던 윤동주를 잊지 않고
어느 가을, 비 내리던 앙증맞은 교정의 벤치를 잊지 말고

나이를 먹더라도
생각은 늘 소녀의 청순함으로
사랑스럽고 순수했던 그 첫사랑 소녀로
남고 싶다


이제 새해 들어 두 번째 달이다. 2월은 낀 달이라고도 한다.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기도 하다. 오세영 시인은 '2월'의 시에서 2월은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달이라고 했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홍수희 시인은 '2월의 편지'에서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하다고 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어야겠다고도 하셨다.


오늘부터 2월이다. 2월은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아하는 달이다. 목련의 꽃눈이 우아하게 꽃망울을 터뜨려주길 기대해 본다. 땅속에서 겨울잠 자던 동물들도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세상 속으로 나오길 응원한다. 학생들은 한 학년을 보내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달이다. 특히 신입생들은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며 보낼 것 같다. 비록 짧은 초라한 달이지만 힘차게 시작하길 바란다.


우리 집은 2월에 여러 가지 가족 행사가 있다. 특히 쌍둥이네 기념일이 많다. 둘째 아들 쌍둥이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시작으로 1주일 주기로 쌍둥이 생일, 쌍둥이 아빠 생일이 있다. 둥이가 식탁에 있는 탁상달력에 2월 14일에 지우연우 생일이라고 별 그려 달라고 해서 크게 그려주었다. 귀여운 손자~ㅎ


작은 아들은 쌍둥이가 태어나며 본인 생일은 묻혔다고 가끔 서운해한다. 올해는 이 엄마가 미역국도 끓여주고 생일상도 차려주어야겠다. 물론 집에서도 챙겨주겠지만 엄마 마음으로 해 줄 거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월은 1월보다 빨리 지나갈 것 같다. 아직 내 눈앞에는 겨울이 있지만 곧 봄이 올 거란 희망을 가지고 2월을 활기차게 보내야겠다. 그리고 새봄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2월도 행복하게 보내리라.


작가님도 설레는 마음으로 2월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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