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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01. 2023

이해인 님의 시로 시작하는 4월 첫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오래 머물 것만 같던 3월이 지나갔다. 학교는 3월이 1년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달이라 많이 힘들고 지루하다. 선생님들은 1년 중 3월이 가장 긴 달이라고 한다. 3월을 잘 보내면 1년이 행복하다. 올해 학교에 다시 출근하고 보니 그 심정을 알겠다.


새로운 친구들과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을 길들이는데 한 달이 걸렸다. 이제 나와 호흡이 조금 맞는다.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 상담 주간도 잘 마무리하였다. 처음 근무하는 학교라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이제 90% 정도는 적응한 것 같다. 3월을 별일 없이 잘 마무리하여 다행이다. 4월을 시작하는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학교도서실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사모곡인 시집 '엄마'를 대출했다. 돌아가신 엄마와의 추억과 그리움으로 꽉 차 있었다. 마치 우리 엄마를 그리는 사모곡 같아 읽다 울먹하다를 반복하며 읽었다. 꼭 내 마음 같았다. 나도 사모곡을 쓰고 싶었다. 지금은 감정 정리가 안되어 편안하게 쓸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쓰려고 한다.


시 중에서 두 편을 필사하였다. 한 편은 '엄마를 꿈에 본 날' 그리고 다른 한 편은 '세상에 가득한 엄마'다. '엄마를 꿈에 본 날' 시를 읽으며 친정엄마도 내 꿈에 한 번 찾아와 주시면 좋겠다고 기도하였다. 2월 말에 떠나신 이후 한 번도 찾아주지 않으셨다. 아직 멀고 먼 그곳으로 가시는 중이신지, 그리던 남편을 만나 너무 좋으셔서 이생은 돌아볼 겨를이 없으신 건지 야속하기만 하다.


친정엄마가 떠나신 지 한 달이 넘었다. 떠나실 때는 온통 세상이 무채색이었는데 지금은 봄꽃으로 천지가 유채색이다. 한 달 사이에 이렇게 달라졌다. 아름다운 꽃이 사시사철 만발한 천국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영원히 사시기를 바란다. 우리도 힘내서 엄마 몫까지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시에서처럼 엄마 계신 곳이 바로 집이라는 걸 알고 엄마 방에 들어가 엄마 냄새를 맡아본다. 엄마 옷을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하고 싶지가 않아 그대로 두고 있다. 엄마 옷은 알록달록 꽃무늬 옷이 많다. 늘 밝고 예쁜 옷을 좋아하셔서 옷이 모두 밝은 색이다. 이제 봄 따라 엄마 옷도 보내드려야겠다.


3월 한 달이 바쁘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새로운 날 4월은 조금 여유 있고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 이 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4월 첫날을 시작해 본다. 건강하고 행복한 4월이 되길 바란다.


작가님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4월 보내세요.


엄마를 꿈에 본 날
            이 해인

하도 보고 싶어
기도하며 기다리니
아주 잠시
꿈길에 다녀가신 엄마

엄마를 꿈에 본 날의
그 여운으로
세상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사랑스럽네요

평소와 같이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조용히 서 계시던 엄마

엄마를 만난 기쁨이
하고 크고 소중해서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언제라도
엄마 계신 집에
잠시 들를 수 있다는 것이
꿈길에서도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엄마 계신 곳이
바로 집이라는 걸
다시 알고
어찌나 포근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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