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에서 봄소식이 전해진다. 남쪽에서는 벌써 벚꽃이 피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승용차로 학교와 집만 오가며 살고 있어서 직접 봄을 느끼지 못했다. 올해 봄소식은 브런치 작가님들이 올려주신 글과 사진 속에서 느끼고 있다. 산수유, 생강나무 꽃을 비롯해서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꽃도 글 속에 올려주신 사진으로만 보았다.
아직 내 마음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아직 겨울처럼 칙칙하고 흐릿한 하늘이다. 벚꽃이 거리를 덮을 때쯤엔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지난주부터 발코니 군자란 화분에서 꽃대가 쑤욱 올라왔다.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주말에 한두 개가 나팔처럼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오늘 아침에 화분 세 개의 군자란이 활짝 피었다. 모두 다섯 개의 꽃대에서 꽃이 피니 발코니가 봄을 맞아 화사하다. 꽃색깔도 주황이라 마치 등불을 밝힌 듯 발코니가 환해졌다.
우리 집에 있는 군자란은 강릉 친정에서 오래전에 가져왔다. 10년도 더 된 것 같다. 친정집은 주택이라 겨울에 화분을 마루에 들여놓아야 했다. 군자란이 많이 자라서 큰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자리를 많이 차자하였다. 친정엄마가 우리 보고 군자란 화분을 가져가라고 해서 차에 싣고 와서 키우게 되었다.
군자란은 잘 자랐다. 옆에서 새끼를 치면 다른 화분에 떼어서 옮겨 심었다. 키우다 보니 물도 2주에 한번 정도 주면 되고 특별하게 신경 안 써주어도 잘 자랐다. 1년에 한 번씩 보너스처럼 꽃도 피어서 보기가 좋았다. 핀 꽃은 생각보다 오래가서 꽃이 질 때까지 기쁨을 주었다. 하나는 길에서 파는 군자란을 7,000원 주고 사 왔다. 처음에는 한 대였는데 오래 키우다 보니 옆에서 싹이 나와서 점점 퍼졌다. 다른 화분에 하나를 떼어 옮겨 심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 군자란 화분이 다섯 개가 되었다.
작년부터 다섯 개 화분 중 세 개 화분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더니 올해도 꽃대가 다섯 개나 나와서 너무 예쁘다. 꽃을 좋아하는 손자가 주말에 왔을 때 군자란 꽃을 하나 따 달라고 했다.
"꽃은 눈으로 보는 거야. 따면 안 돼!"
"할머니, 꽃은 예쁘다 하며 눈으로 봐야지요."
왜이리 똑똑하고 귀여울까.
꽃이 떨어지면 줍기로 했다.
환하게 발코니를 밝혀준 군자란꽃이 마치 친정엄마가 찾아온 듯 반갑다. 이제 피었으니 몇 주 동안은 우리 집에 행복을 안겨주며 발코니를 환하게 지켜줄 것 같다.
퇴근하며 도로 옆 산자락에 피어 있는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양지에는 목련도 피어있었고 아파트에도 산수유가 보였다. 어제까지 보지 못했다. 오늘 눈을 들어 봄을 찾았더니 보였다. 눈이 있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보려고 해야 보인다.
봄이다. 군자란이 나팔 불며 소리친다.
"이제 어두운 마음 내려놓고 봄을 느끼세요."
그래, 이제 봄을 맞이해야겠다. 주말에 공원에도 가고 가까운 산에 가서 진달래꽃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