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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04. 2023

23년 만에 새 식구를 들였다

서울에서 살다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순전히 남편 뜻이었다. 난 서울을 떠나면 못 살 것 같았다. 당연히 반대하였다. 특히 아이들 교육 문제도 그렇고 나도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출퇴근도 걱정이 되었다.


남편 회사에서 이곳 아파트 건축과 관련이 있어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자주 오가다 보니 이사 오고 싶었던 것 같다. 남편은 본적이 서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서울에서 살다 보니 서울을 탈출하고 싶어 했다. 어쩌겠어.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가야지.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평수가 조금 크다. 서울 변두리로 이사하는데 한 가지는 끌리는 게 있어야지. 서울 아파트를 팔고 입주하기 전에 3년 정도 전세로 살았다. 그런데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 나는 부동산에 대해 몰랐고 남편도 나보다는 나았겠지만 잘 몰랐던 것 같다. 전세는 남편이 알아보고 계약하였다. 나는 불구경하듯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집 앞에 은행 독촉장이 쌓였지만 의미를 모르고 주인집에 전달해 주었다. 주인집은 시장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경매가 들어왔다. 우리 집은 2순위였다. 결국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은 우리가 입찰받는 거라고 했다. 남편이 그때야 경매 공부를 하였고 우리가 입찰받게 되었다. IMF로 예정했던 것보다 1년 이상 늦게 입주한 것 같다. 입찰받은 아파트가 그래도 빨리 팔려서 우리는 무사히 입주하게 되었다. 물론 손해를 보았다. 우리가 이전에 살다가 팔았던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였다. 지금 따져보면 재산을 많이 손해 본 셈이다.


경매로 손해 본 부분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막았다. 2000년 3월에 입주했으니 벌써 23년이 넘었다. 우린 재산 늘리는데 둘 다 관심이 없어서 입주하고 계속 살았다. 사는 게 불편함이 없기도 하지만 살다 보니 동네 친구들도 생기고 고향처럼 정이 들었다.


아파트는 도배만 해도 새집처럼 보인다. 지금은 내부 리모델링도 해서 깨끗하다. 거실, 주방, 욕실,  새시 등 거의 대부분을 살면서 공사를 하였다.


구 식구


이사오며 6인용 식탁을 구입했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지점에서 나름 좋은 것으로 샀다. 이사를 하지 않아서 지금도 깨끗하다. 아들 둘이 장가를 가서 식구가 늘다 보니 식탁이 좁아졌다. 남편이 계속 식탁을 바꾸자고 했지만 또 내가 반대하였다. 아직 쓸만하고 식탁에 다 앉지 못하면 거실에 상을 펴고 먹으면 된다고 했다.


남편은 물건 사는 걸 좋아한다. 홈쇼핑에서도 쿠팡에서도 늘 물건을 주문한다. 취미 생활이 된 것 같다. 어쩌겠는가.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은 들어주어야지.


새 식구

지난 토요일에 큰아들네를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다가 가구단지에 들렀다. 가구점이 참 많았다. 한 곳을 찍어서 들어갔다. 삼익가구라고 간판이 달려있었다. 몇 군데 둘러보고 맘에 드는 걸 사려고 했다. 8인용 식탁 있냐고 물었더니 2층으로 안내를 하였다. 매장이 정말 넓었다. 식탁 종류도 많았다. 몇 개를 보다가 맘에 드는 걸 발견했다. 나는 다른 매장도 가보고 싶었는데 성격 급한 남편은 그게 딱 마음에 든다고 가격을 흥정했다.


가격을 물어보다가 현금가도 알아보았다. 사실 지난 8월 말에 퇴직했는데 작년 교원 성과급 50%가 3월 31일에 입금되었다. 없는 셈 치고 그 돈으로 식탁을 사면 될 것 같았다. 조금 깎아서 현금가로 구입하였다.


작년 6개월 성과급이 새 식구를 들이는데 날아가 버렸다. 괜찮다. 이게 우리와 남은 여생을 함께할 거니까. 오늘 식탁이 배송되었다. 우리 집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이제 큰아들 작은 아들네가 한 번에 같이 와도 다 앉아서 식사할 수 있다. 찰떡이는 아직 어리니 유아용 식탁 의자에 앉으면 된다.


23년 사용하던 식탁은 시골 사는 동생네로 보냈다. 의자와 식탁보와 의자 방석까지 세트로 다 보냈다. 새집에 가서도 오래 잘 살기 바란다. 우리도 새 식구와 정 붙이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맛있는 음식도 차려서 먹으며 말이다. 새 식구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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