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님의 '구름이 보기 좋은 날'
구름이 보기 좋은 날
나태주
머리 위에 깍지 베개를 하고
의자에 기대어 구름을 보고
하늘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 와서 묻는다
지금 뭐 하세요?
나 자금 일하고 있는 중이야
나에겐 쉬는 것도 일이고
자는 것도 일이고 하늘 보고
구름 보는 것도 일이야
그러하다
나에겐 날마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만 일이 아니고
노는 것도 일이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도 일이란 사실!
일찍이 알았어야 했다
더구나 너를 생각하고
너를 사랑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란 사실!
맑은 날 하늘과
하늘에 뜬 구름이 나에게 가르쳐준다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