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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케냐에 왔으니 사자는 보고 가야지

(귀국하던 날)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by 유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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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기 전날 탄자니아 국경까지 다녀오느라 차 타는 시간도 길었고 먼지도 많이 먹었다. 숙소에 들어오니 목도 따끔거리고 많이 피곤했다. 누워서 잠시 쉬었다가 씻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이 멀리까지 왔는데 일주일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혼자 남아서 여행할 용기도 안 생겼다.


숙소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함께 온 분들과 이곳에서의 경험에 대해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었다. 대부분 열악한 오실리기 마사이족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두바이를 경유해서 그런지 같은 지구촌인데 이렇게 다른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7월 말에 모 방송극 '톡파원 25시' 란 여행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케냐가 방송되었다. 케냐 톡파원이 케냐에 있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 사파리 투어 하는 것을 소개해주어서 화면 속에 들어간 것처럼 쏙 빠져서 보았다. 나도 8월에 케냐에 여행 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 케냐까지 왔는데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는 하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번 여행이 관광이 아니고 구호 활동임을 알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행 중 한국에서 함께 온 월드비전 직원도 있지만, 한국을 몇 번 다녀오며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아는 이곳 현지 월드비전 직원인 모세가 이번 선교 촬영하는 동안 매일 함께하며 도와주었다. 전날 저녁을 먹기 전에 모세가 내일 오전에 사파리 투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가자고 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정말 기뻤다.


아침밥도 굶고 달려간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나이로비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는 인터넷 예약만 가능해서 모세가 인터넷으로 예약해 주었다. 1인당 100불이었다. 케냐에 오는 비용은 모두 개인 경비로 왔기에 사파리 투어 비용도 각자 냈다. 100불이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동물들이 날씨가 더우면 나오지 않기에 아침 일찍 가야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해서 아침식사도 하지 못하고 아침 6시에 출발했다.


나이로비 국립공원 입구/ 우리가 탈 사파리용 차량

나이로비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는 지붕이 린 차를 타고 다닌다. 차량 종류는 지프도 있었는데 우린 인원이 조금 많아서 미니버스 같은 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이동했다.


지붕이 린 사파리용 차를 타고 가는데 여기가 더운 아프리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바람이 차가워서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모자까지 썼다. 케냐가 평균 해발 1,700미터 고산지대이고, 남반구가 지금 겨울이기 때문이다.


사파리 차 안에서

가끔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아프리카 국립공원에서 많은 동물이 떼 지어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파리 투어 하는 동안 동물의 왕국 정도는 아니어도 많은 동물을 볼 줄 알았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은 길이 모두 흙길이라 먼지도 많이 났다. 동물들에게 친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두 어디서 동물이 나타날까 두 눈 부릅뜨고 찾아보았다.



드디어 기린이 나타났다. 눈앞에서 걸어 다니는 기린을 보다니 가슴이 뛰었다. 동물원에서 보던 기린이 아니었다.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기린을 보며 동물은 이런 자연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마리씩 걸어 다니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기린이 행복해 보였다. 다음에는 어떤 동물이 나타날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조금 더 가다 보니 물속에 있는 하마도 보고,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가젤과 타조도 보았다. 멀리 코뿔소도 보인다. 동물이 보이면 차를 세워주어서 모두 사진을 찍었다. 조금이라도 생생한 장면을 찍으려고 집중하였다. 여기에 얼룩말도 있고 사자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차 안에서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다.


케냐에 오기 전에 케냐가 동물들의 왕국이고 공항에서도 운이 좋으면 기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기대를 많이 하였는데 생각보다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지 동물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실망이 되었다. 지난번에 본 TV 프로그램에서도 케냐 공원에서 많은 동물이 뛰어노는 장면을 보았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드디어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 보러 가는 차량들

이동하던 중 운전하는 분들이 서로 무전을 주고받더니 드디어 사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다고 서둘러 움직였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은 정말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케냐에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도 있는데 여행 프로그램에서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서 사자와 코뿔소가 서로 쫓고 쫓기는 모습을 보았기에 기대가 많이 되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많은 차들이 사자 출몰지역을 향해 일제히 달려가서 차들이 서로 얽혀 복잡했다. 머리를 먼저 들이미는 차가 우선이었다. 사고 날까 봐 걱정했는데 용케 잘도 빠져나갔다.



"사자다!"

하는 소리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자 네 마리가 찻길로 내려와 차량 사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도 서둘지 않고 매일 있는 일인 양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네 마리가 사자 가족인 것 같았다. 기대했던 사자를 보아서 오늘 사파리 투어가 덜 아쉬웠다.


아프리카에 와서 그 유명한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는 가 보지 못했으나, 케냐를 떠나기 전에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이번에 함께 한 분들 모두에게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공원에 있다는 코끼리와 얼룩말을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예정에 없던 사파리 투어를 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케냐의 카페/판매하는 케냐 커피

공항으로 가는 길에 커피 판매하는 카페에 가서 선물로 드릴 커피를 샀다. 커피는 주문하는 만큼 포장해서 주는데 주문은 많은데 한 분이 포장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비행기 탑승 전에 점심 식사 예약한 곳에 가야 해서 커피를 사지 못한 분도 있었는데 나중에 식당에서 살 수 있었다.


케냐 한국 식당에서 주문한 김치찌개

나이로비 공항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한국식당에 갔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제육볶음을 시켰는데 어쩜 한국에서 먹던 맛과 거의 똑같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밑반찬도 정말 정갈하게 나왔다. 꼭 전주에서 점심을 먹는 것 같다고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번에 다녀온 케냐 여행으로 아직도 지구촌에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늘 감사하게 여기며 욕심부리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 지구촌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케냐 여행은 오랫동안 기억되며 내 남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지금도 '잠보!' 하며 인사하던 그곳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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