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따뜻한 글을 읽었다. 지난 화요일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요즘 도서관에 자주 간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니 소위 작가로 불리는 내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 읽다가 작가님들께서 출판한 책이나 소개해 주신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검색해 보고 없으면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는다.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이 계시다. 브런치 작가 소개에 있는 책 이름을 메모했다가 도서관에 가서 검색해 보니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책 정보를 출력해서 서가에 가서 찾아보았다. 서가에서 정말 한참만에 찾았다. 요즘 시력이 옛날 같지 않다.
최명숙 작가님의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이다.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책과 권오삼 동시집, 글쓰기 관련 책 등 네 권을 대출해 왔다. 이제 창구가 아닌 도서관 무인 반납기로 반납하고 무인 대출기를 이용해서 빌려온다. 그런 내가 자랑스럽다. 도서관이 점점 익숙한 곳이 되어 친근하다.
나는 도서관에서사람들 틈에 앉아 책을 읽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독서하는 것이 집중이 잘 되어 책만 대출해서 바로 온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도서관 다녀오는 길이 참 예쁘다. 조금 더 멀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천천히 걸어온다.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은 제목만큼 따뜻한 이야기다. 최명숙 작가님은 문학박사이시며 현재 동화작가와 소설가로 활동 중이신 브런치 작가님이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작가님과 어린 동생 둘을 아버지처럼 돌봐 주셨던 조카 바보삼촌과의 추억 이야기다.
자식 하나 남기지 못하고 서른아홉 살에 삼촌이 삶을 마감하셨다. 삼촌이 세상을 떠난 지 꼭 50년이 지난 그때 삼촌에게 받은 사랑을 꺼내 책을 출간하셨다고 한다. 작가님은 삼촌과 함께했던 시간이 삶에서 가장 따뜻한 날들이었다고 하신다.
작가님은여덟 살 즈음에서 열네 살까지 과거 시간 속으로 들어가 살며 글을 쓰셨다고 한다.오래된 일들이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삼촌에 대한 기억이 엊그제 일인 듯 떠올랐다고 한다. 글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1~3부는 삼촌과의 에피소드를, 4부는 삼촌 사후를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최명숙 작가님과 비슷한 시기를 겪어왔기에 글 속에 녹아있는 시대상들이 공감이 되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도 추억되었다. 칼로 연필 깎아주던 삼촌 이야기, 뻥튀기 장수 이야기, 아궁이에서 새까맣게 탄 감자를 꺼내 먹던 이야기 등은 나의 추억을 불러주기에도 충분했다.
어릴 적 생활통지표 보호자란에 찍힌 도장, 그 이름이 아직도 선명하다. 최, 호 자, 석 자, 우리 삼촌의 이름이다. 빨간 인주를 묻혀 찍힌 도장 안의 이름은 정직하고 강인해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살다가 음력 섣달 초이튿 날에, 서른아홉 살 짧은 삶을 마쳤다. 평생 무거운 가장의 짐을 지고 사막의 낙타와 농촌의 황소처럼 살았다. 사나 죽으나 우리의 보호자였던 삼촌이다. -p.211
최명숙 작가님은 가난하게 사셨지만 꿈이 있었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서 중학교 땐 전교 1등도 하였고, 늘 평균 90점 이상을 받아 등록금을 면제받기도 하였다. 늘 자랑스러운 손주였고 딸이었으며, 언니이고 누나였다. 지금의 작가님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짐작이 된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은 기억력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나도 초등학교는 두메산골에서 다녔는데 이렇게 세세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남동생만 둘이라 개울에서 가재 잡던 것, 동네 아주머니들과 산나물 뜯던 일, 시골 장날에 따라가서 뻥튀기 장수에게 뻥튀기 얻어먹던 일 정도다. 작가님 글을 읽으며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을 나도 글로 써 보고 싶어 진다.하지만 자신이 없다. 내 기억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많은 책 중에서 가장 따뜻한 글을 읽었다. 삼촌과 보낸 따뜻한 날들 덕분에 작가님은 지금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베풀며 사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체도 간결하고 미사여구도 없는데 정말 감동이 되는 책이다. 한 동안 작가님 어린 시절이 생각날 것 같다.책장을 덮으며작가님이 더 존경스럽고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