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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04. 2022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강화도 스페인 마을 갤러리에서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갤러리 유리창 안쪽이 붐빈다

걸려있는 꽃 그림 보려고

키재기 한다


그녀와 한 곳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릴 적 시골집 꽃밭의 키 큰 달리아를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며 스쳐간 코스모스를

여행 중 담 낮은 집 뜰안에 있는 화려한 작약꽃을 기억해 낼까     


당신과 작별하던 날 하얀 국화의 슬픈 얼굴이 아른거린다


창문 밖으로 눈을 돌린다

희뿌연 날씨와 흐릿한 바다 어딘가에서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


리 예쁜 공주

왜 이렇게 늙었남


나보다 더 젊은 당신이 환하게 웃는다


당신은  

아픔을 참으며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고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서울 병원 찾았었지

그땐 너무 늦어 손댈 수 없다고


그렇게 당신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유리창 너머 흐릿한 하늘 어딘가에서

예뻤던 우리 공주 내려다보며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해 주시겠지


예쁜 공주도 이제 착한 할머니 되어

언제나 다정하고 욕심 없던 당신을

그대로 닮아갑니다


이제 긴 세월 

당신을 따라가던 예쁜 공주 가던 길 멈추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유리창 너머에서

지켜줄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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