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2020년 그룹 회장 취임 직후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하며 강조한 말이다.
세계를 뒤흔든 리더의 생애
정의선 회장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정주영 창업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은 3세 경영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현대가의 기업 정신과 산업 전반에 대한 감각을 체득하며 성장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이후 미국 비즈니스 명문 샌프란시스코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현대자동차 입사 후 다양한 부서를 돌며 실무를 익혔고, 기아자동차 기획실장·부사장을 거치며 위기 극복 경험을 쌓았다. 2005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 시기 그는 ‘디자인 경영’을 내세워 외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고, 차량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내연기관 중심의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전기차(EV), 수소차, 로보틱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아이오닉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전기차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2020년 전기 SUV 아이오닉5는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성공을 입증했다.
또한 2021년에는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했으며, 그룹 전체의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수평적 문화와 민첩한 실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갔다.
아직 50대 초반으로 은퇴하거나 사망한 상태는 아니며, 현재도 그룹 회장으로서 전기차, 수소에너지, 미래 도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이끄는 중이다.
리더의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
정 회장의 터닝 포인트는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미래차 전환’의 칼자루를 쥐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머지않아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의 성공을 버리고 미래로 가야 했던 이 결단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현대차는 당시까지만 해도 품질 논란과 글로벌 경쟁력에서 도전을 받고 있었으며, 전기차 시장은 불확실성이 컸다. 그러나 그는 ‘아이오닉’이라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 세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구축하며 시장 선도 전략을 펼쳤다.
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세계 최초의 수소차 양산 브랜드를 유지했다. 심지어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 로보틱스와 UAM, 스마트시티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 같은 다각적이고 선제적인 전략은 현대차의 주가와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평가에서 30위권 내 진입에 성공했다.
가장 보수적인 제조업을 가장 역동적인 혁신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정 회장의 결정은 지금도 계속되는 실험 중이지만, ‘전환의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로 산업사에 길이 남을 터닝 포인트였다.
거인의 어깨와 나란히 하려면
정 회장에게서 배울 수 있는 핵심은 ‘과감한 전환력’이다. 그는 전통 제조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기존의 성공을 내려놓는 법을 안다. 많은 기업인이 현재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정 회장은 미래 시장을 먼저 그려보고 그에 맞춰 현재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인다.
이러한 전환력은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용기와 통찰에서 비롯된다. 독자들 역시 지금의 익숙한 성공을 유지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재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먼저 투자하는 결단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결국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 회장의 방식은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리더도 사람이다?!
정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 충전하는데 30분 걸리면 뭐하냐”고 물으며 “그 시간에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자동차 CEO 중 가장 고기 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 진지한 얼굴로 던진 말이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