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에게는 애인이 있는지, 결혼할 건지 궁금하고,
결혼한 부부에게는 아이가 있는지, 아이를 낳을 건지 궁금하고,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는 둘째를 낳을 건지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아이가 있는 부부이기 때문에 둘째를 낳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아이는 있으면 있을수록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고,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한 현실 때문에도 당연히 출산은 장려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한 명으로 합의를 했다. 우리 아이 한 명으로도 우리는 벅차게 행복했고, 둘째를 낳을 시기쯤 사정이 있어서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또 우리 아이가 그리 만만한 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아이는 다정한 성정을 가졌기에 동생들을 참 잘 챙겨주고, 동생을 낳아달라는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난 안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한테 동생 낳아달라고 그랬지만, 막상 동생이 생기면 달갑지만은 않다. 미안하지만 진심으로...
이전에는 형제자매와 싸우고 경쟁하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그게 참 좋은 경쟁이자 의욕의 원천이 되는 것,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에 당연히 동의한다. 그런데, 정말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부모의 현명한 언행이 요구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지금껏 엄마 아빠에게 동생보다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가져왔다. 이게 나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도 맞겠지만 진심으로 피로를 느꼈다. 동생이 결혼했더니 더더욱 서로 간의 알력이 있다고나 할까. 현생을 유지하고 살아내는 것도 피곤한데 동생과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나를 참 지치게 하는 것 같다.
평생 동안 느껴온 엄마아빠의 비교와 여자들의 시기 질투, 경쟁의식이 동생과의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보다 더 큰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 집과 나만의 특성이기도 했겠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동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나의 생각을 우리 아이에게 대입시킨 면도 컸다.
아직까지 우리 아이는 내가 가졌던 쓸데없는 질투나 옹졸함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 사랑을 줄 줄 아는 아이처럼 보였다. 동생들을 너그럽고 챙길 줄 알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동생을 낳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둘이면 더 잘 놀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동이면 부모에게 놀아달라고 하기 때문에 더 아이와 이마 맞대는 상황이 많다. 그런데 이것도 다르게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힘들지만 돌아보면 이 추억 밖에 없다. 아이와 일부러,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놀아야 하기 때문에 아빠도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된다.
나는 지금의 우리 셋이 참 좋다. 각각의 자신의 역할이 부여된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 같이 밥 먹을 때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누고, 아이의 재롱을 보며 웃고, 엄마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가 즐거워한다. 더운 여름 힘들게 밥상 차렸지만 맛있게 잘 먹는 아이와 신랑을 보면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런 우리 셋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네, 하는 상황들이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에 대해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도 이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많이 설명해 주고 함께 이야기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을 살다 보면 있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