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기 전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만 봤는데,
아기 낳은 후에는, '나 혼자 산다'만 본다.
난 늘 예쁘게 꾸미고 치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등 일반 여성들이 가진 여성성 넘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결혼해서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는데 아기가 생기니 나의 세상이 요동쳤다. 내가 가진 것들을 포기해야 했고, 내가 좋아했던 것을 바꿔야 했고, 어쩌면 이러다 나를 잃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 이렇게까지 달라져야 하냐면, 내 두 손에 한 생명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온 신경과 관심은 아기로 향하고, 남편은 남자에서 육아메이트로 바뀌어간다.
여자여자 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하다.
아기로 가득 찬 엄마의 뇌는 정말 정신이 없다. 심지어 어떨 땐 화장실 물 내렸는지 기억도 안나더라.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바빠지고 숨이 가빠진다.
아기가 아플 땐 마음이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기는 이렇게 나와 내 남편, 조부모님들이 신경 써주지만, 나를 돌봐주는 건 결국 나뿐이더라.
아기도 존귀하고 가족 모두 중요하지만, 아기를 키울수록 나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깨닫게 되었다. 아기가 소중할수록 나자신도 소중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아기랑 있으면 행복하기도 한데 너무 힘들어서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보면 예쁜 추억의 사진들이 남아있어서 그걸 보며
이렇게 행복한 시간 속에 슬퍼했던 내 모습이 있다는 게 아기에게 미안했다.
아기가 없이 외출을 하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돌아와서는 아기를 보면 나 혼자 바람 쐬고 온 게 미안했다.
그렇지만 또 혼자서의 외출을 기다리게 되더라.
이런 미치도록 오묘한 감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서서히 엄마가 되어갔다.
혼자의 몸에서 원 플러스 원으로. 함께하는 게 익숙하고, 없으면 서운한 그런 관계.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었을 때, 너는 나로부터 벗어나려 하겠지.
이제야 비로소 너를 나의 세상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는데,
너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겠지.
아이가 내 도움이 필요 없고 독립하게 되었을 때 빈 둥지 증후군이 생길까 염려되어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참견이 더해질까 봐 더욱더 나에게 더 집중하려고 한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나는 다른 객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_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또 다른 방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사랑의 중용을 지키려고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