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다시 도쿄로
옆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후 한동안은 옆집을 마치 별장처럼 활용했다. 옆집 1층 방을 개인 영화감상실로 꾸미고, 2층 창문을 통해 음식도 전달하며, 심지어 고양이까지 창문을 통해 집을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Wi-Fi 신호도 끊김 없이 옆집까지 닿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활용 빈도가 떨어졌고, 옆집을 임대하려 했으나 1년 가까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참에 두 집을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검토했고, 설계업자에게 실제로 도면을 의뢰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1층만 연결되고 2층은 각각 별도의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어색한 설계였다. 게다가 두 집 모두 주차장이 없어 외부 주차장을 계속 임대해야 하는 불편함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두 집을 모두 철거하고, 30평 남짓한 부지에 새로 집을 짓는 안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나는 도쿄 외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종합 주택전시장을 방문했다. 이는 일본의 단독주택 시장에서 흔한 형태로, 여러 주문주택 업체들이 모델하우스를 한 곳에 모아 홍보하는 곳이다.
사실 일본 사회 자체가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에는 ‘一家一城の主’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한 집과 한 성(城)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단독주택을 갖는 것이 자립한 가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나 또한 일본의 아파트가 가진 얇은 벽 구조에서 오는 층간 소음이나, 매달 나가는 관리비 부담에서 자유롭고자 단독주택을 선호했다. 일본의 도시 풍경을 보면 한국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보기 어렵다. 물론 ‘단지’라는 개념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1960~70년대 도쿄 외곽에 개발된 ‘뉴타운’으로, 한국의 1기 신도시나 주공아파트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이런 옛 아파트는 인기가 낮아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경향이 있다.
주택 전시장에는 세키스이 하우스, 파나홈, 도요타홈 같은 대기업부터, 이치조 공무점 같은 중견기업, 다마홈 같은 저가형 건설사까지 다양하게 참가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 지은 기존 주택들과 달리, 요즘의 주문주택은 단열과 내진 대책이 훨씬 우수했고, 각 업체별로 구조, 재질, 기능 면에서 개성도 뚜렷했다. 나는 그중 이치조 공무점과 다마홈 두 곳의 제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이치조 공무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었을 때,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한 채의 집으로 유명해졌고, 그 집이 이 회사의 시공 사례라고 했다. 알루미늄 샤시 대신 수지 샤시를 써서 겨울철 결로를 막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세가 거의 들지 않으며, 잉여 전력은 판매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치조 공무점을 통해 주문주택을 지은 가정에 방문해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여주는 등 적극적인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다마홈은 큰 특징은 없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맞춤형 설계를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고, TV 광고에서는 기무라 타쿠야 같은 유명인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견적은 이치조 공무점이 약 3,200만 엔, 다마홈은 약 2,200만 엔이었다. 1000만엔의 차이가 났다.
지난 7년간 나는 일본 영주권을 취득했고, 회사에서도 지사장으로 승진한 상태라 이전과는 달리 은행 융자를 받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장 조사 결과, 우리 집 땅은 지하수가 나오는 지역이라 말뚝을 깊게 박는 지반 보강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기초공사 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이었다. 일본에서 지반이나 홍수 피해를 걱정한다면 지자체에서 발행한 지적도를 확인하고 지명에 물과 관련된 한자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우리 집은 도쿄와 사이타마를 관통하는 아라카와荒川에서 멀지 않아서 침수 피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지역이었다.
무엇보다 고민이 되었던 건, 아무 연고도 없는 사이타마의 이 지역에 과연 내가 맞춤주택까지 지어 평생을 살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부동산 광고를 보다가 도쿄 네리마구의 신축 분양 주택이 3,400만 엔 정도에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까지는 버스를 타야 했지만, 사이타마와는 달리 두 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었고 배차 간격도 짧았다. 회사와 아내 친정에도 훨씬 가까운 위치였으며, 가격도 신축 주문주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이타마에 새 집을 지어도 동네 전체가 1980년대 지어진 낡은 집들인 반면, 네리마의 이 주택은 주변이 전부 동일 건설업체가 동시에 분양한 신축이라 경관도 통일감이 있었다. 게다가 진짜 알짜배기 도쿄라고 할수 있는 "도쿄 23구"에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사이타마의 기존 주택은 그대로 보유한 채 임대를 놓으면, 월세 수익으로 융자금 상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제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집을 확인해 보니, 대지는 약 30평으로 사이타마 집과 비슷했지만, 실내 면적은 약간 작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내가 살던 15평 집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쾌적했고, 1층과 2층에 각각 화장실이 있으며, 일반 승용차 1대와 경차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부동산 업자에게 내 계획—사이타마의 집을 임대로 돌리고, 네리마의 분양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구상—을 이야기하니, 업자도 자기가 봐도 그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끝까지 친절하게 설계 제안까지 해 준 이치조 공무점 영업사원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품으면서도, 결국 네리마의 신축 분양 주택을 구입했다. 약 7년 만에, 나는 다시 사이타마 현민에서 도쿄 도민으로 돌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