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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by 전 소

봄이 찾아왔을 때

나는 벚꽃이 만개한 길 위에서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았다.

단 한 번이라도 더,

당신이 손 흔들던 그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봄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는 홀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길 위에는 더 이상

당신의 모습이 없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돌려

크고 찬란한 벚꽃나무를 바라본다.

부드러운 빛이 내 얼굴에 내려앉자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봄이 왔구나.”


이번에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저 멀리, 노을 지는 곳으로 사라졌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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