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면접 날이 다가왔다. 한국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민아는 다른 대학에 많이 가보지 않아서 캠퍼스를 걸어가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며 무슨 말을 할지 마음으로 새겨보았다. 아무래도 왜 지원을 했는지 정도는 물어볼 것 같았다.
‘다른 건 뭘 물어보려나?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까?’
민아는 짧게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학원 아르바이트나 어른을 가르쳐본 적은 없었다.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말할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었다. 이것저것 예상질문을 생각해 보면서 면접을 볼 강의실을 찾아갔다.
강의실은 3층에 있었다. 민아는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골랐다. 계단이 힘들어서는 아니었다. 왠지 떨려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가 두어 번 해보았다. 봉사단체이니 따뜻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면접이라니 괜히 긴장이 된다.
강의실에 가보니 몇 명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민아는 일찍 도착한 편이었다. 책상 두 개가 강의실 맨 앞에 놓여 있었다. 아마도 면접을 보려고 배치를 해 둔 것 같았다.
그리고 늘솔학교 선생님들인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 명이 강의실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로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상의하는 것 같기도 했다. 대놓고 쳐다보기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민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생님들을 바라보았다.
10분 정도 더 지났을까.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늘솔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강찬영입니다. 이번 교사 모집에 신청해 주시고 오늘 면접에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이다 보니 책임 있게 활동할 사람을 구하려고 해요. 그래서 면접을 간단하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
지원자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명단으로 정리한 것 같았다. 이름을 부르면 한 명씩 앞으로 나섰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원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지원 동기는 조금씩은 달랐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 명씩 말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떨리던 마음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드디어 민아의 차례가 되었다.
강의실 앞으로 나간 민아는 두 손을 맞잡고 섰다. 면접관으로 3명이 앉아 있었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며 무언가 메모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민아는 그냥 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한글을 늦게 배우고 기뻐하셨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글을 배우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저희가 중등, 고등 과정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도 운영을 하고 있어요. 희망하는 과목을 배정해드리려고 하는데 다른 과목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희망하는 과목들이 있나요?”
앗. 예상하지 못 한 질문이었다.
“저는 한글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그 외에는 제가 간호 전공이라서 생물이나 과학 과목은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등 과정, 고등 과정 다 괜찮아요. 다만 수학이나 물리는 조금 자신이 없습니다 하하..”
알고 보니 야학 선생님들은 중등,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을 1-2개씩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아, 저희도 수학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학이나 물리는 이미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 같이 웃으면서 민아의 차례가 끝났다.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그럼 이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같이 하실 선생님들께는 저희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인사를 했던 선생님이 마무리 멘트를 하며 면접이 끝났다. 민아는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를 상쾌함도 느껴졌다. 그동안 같은 사람들만 만나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냈었다. 오늘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짧은 면접이었지만 다른 또래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범대를 다니거나 앞으로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르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 기회로 봉사를 하며 좋은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민아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온 것 같아서 신기했다.
이제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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