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솔학교에는 2달에 한 번 정도 교사들이 모두 모이는 정기 회의가 있다. 새로운 소식을 나누기도 하고 학교 돌아가는 일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민아는 대학에서도 의견을 내기보다는 조용히 다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기 회의에서는 안건을 내고 싶었다. 장미 할머니와의 상담 이후 다른 선생님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다들 수업 시간이 달라서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있네요.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학기에 두 번 정도 정기 회의를 하고 있어요.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찬영 선생님이 오늘도 사회를 맡았다. 늘솔학교에 오래 있었던 만큼 늘 듬직해 보이는 찬영 선생님이었다.
“우선 새로 오신 선생님들 참관 수업을 잘 마친 것 축하드려요. 다들 잘해주셨는데 참관 수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수 한 번 치고 갈까요?”
기존 선생님들이 다 같이 박수를 쳐 주셨다. 떨렸던 참관 수업이 생각나서 다들 웃었다. 찬영 선생님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희가 간식 당번을 정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금 일손이 부족했거든요. 요즘에는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오늘은 새로운 안건은 없고 가을 소풍 준비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해요. 그전에 혹시 다른 안건 이야기할 것 있으실까요?”
다들 조용해졌다. 가을 소풍 준비 이야기할 것이 많다 보니 별다른 안건이 없나 보다. 민아는 적막을 뚫고 용기를 냈다.
“아 저 하나 이야기할 게 있어요. 간식 준비할 때 저희가 요리를 할 때도 있고 과자나 탄산음료를 준비할 때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니 한글 교실에 장미 할머님이 당뇨가 있으셔서 음식을 조심하셔야 한다고 해요. 제가 생각해 보니 다들 나이대가 있으시다 보니 다른 분들도 건강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저희가 되도록 건강한 메뉴로 간식 식단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야채나 과일을 활용한다거나 해서요..”
민아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간식비가 정해져 있기는 해서 잘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말을 해서 후련한 민아였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찬영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밥을 해드리면 좋은데 예산이 안 되어서 간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생각을 못 한 부분인데 건강한 식단으로 준비하는 것도 좋은 생각 같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찬성이에요. 설탕이나 당이 너무 많은 것보다 건강한 게 좋잖아요. 역시 간호대학생은 다르네요~”
연정 선생님이 발랄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아 사실 학생분들이 단 걸 좀 좋아하시는 면이 있긴 해요. 그래서 콜라를 일부러 가져갈 때도 있고 했는데.. 당뇨가 있으실 줄은 생각 못했어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영준 선생님이 말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민아의 안건은 선생님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어떤 메뉴를 하면 좋을지도 이야기를 하고 넘어갔다.
‘아, 이야기하길 잘했어. 정말 다행이다.’
민아는 평소 같으면 발언을 하기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가 났다. 생각해 보니 민아가 어떤 모임에서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르신들을 향한 애정만큼 민아의 용기도 한 뼘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