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뜨거웠던 그해 여름

by Adela

해가 쨍쨍한 무더운 여름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은 더 뜨거웠다. 초보 선생님 민아도 그 해 여름 최선을 다했다. 한 달간 한글 기본을 다 배운 열정적인 학생들이었다. 두 달 째에는 글씨 쓰기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부터는 수업 전에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시작할게요!”


“아이구 시험이라니. 공부를 안 했는데요?”


시험 이야기에 학생들은 허둥지둥하며 자료를 이것저것 뒤적여 보는 모습이다.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서 그동안 배웠던 대로 그냥 들은 내용을 써보시면 돼요. 다들 잘하시면서 그러세요~”


긴장하는 학생들을 달래며 매번 시험을 보기로 했다. 채점을 할 때면 교재의 궁서체를 따라서 꾹꾹 눌러쓰는 글자들이 예뻐 보였다. 수업 시간에는 간단한 문장으로 된 어린이용 동화책도 함께 읽으면서 배우기로 했다.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배우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늘솔학교 활동을 하면서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민아는 준비하던 영어 시험 성적도 목표하던 만큼 나왔다. 영어 학원을 안 다니게 되면서 시간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갔다가 사라 선생님을 만났다.


”어 민아선생님! 마침 잘 만났어요. 저희끼리 우선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영준 선생님이 지금 수학, 과학을 다 담당하고 있는데 조금 힘들어하셔서요.. 혹시 중등반 과학도 담당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는 아니고 영준 선생님이랑 나눠서 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아, 네 제가 요즘에 마침 시간이 조금 여유가 생겨서요. 영준 선생님이랑 연락해 볼게요.”


“와 정말요? 다행이네요. 저도 전달해 둘게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도 검정고시 수업도 해보고 싶어. 그나저나 그동안 영준 선생님 혼자 다 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대단한걸..‘


막상 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영준 선생님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1주일이 지나가고 민아는 수업 후 교무실에서 영준 선생님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영준 선생님, 저희가 그동안 얘기할 일이 잘 없었네요. 수학 전공이시면 수학 진짜 잘하시나 봐요.”


민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영준 선생님과는 잘 만날 일이 없긴 했다. 매번 웃는 얼굴로 다니는 모습만 봤었다.


“그렇지도 않아요. 저도 생물 쪽은 어려워서.. 맡아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같이 과학 과목 잘해봐요. 음.. 또 뭐가 있을까. 교재는 여기 출판사 책 쓰고 있어서 같은 책을 쓰면 될 것 같은데 예전 시험 자료는 제가 메일로 파일을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중등, 고등반은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어요. 시험 문제도 저희끼리 이야기해서 나눠서 내면 될 것 같아요.”


민아는 과학 중에 생물 관련 파트를 민아가 맡기로 했다. 영준 선생님은 친절하게 자료들을 공유해 주면서 설명해 주었다.


“네 이야기하니까 조금 감이 잡히네요. 잘 부탁드려요!”


같이 수업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생기니 든든했다. 한편으로 중고등반은 학구열이 높다고 들었는데 어떨지 궁금했다. 이번주도 바삐 돌아가는 늘솔학교였다.



* 이 소설은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도 연재 중인데 이번에 추천 작품으로 올라왔습니다. 밀리의 서재 하시는 분들 놀러 오세요~ (링크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