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민아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아는 여느 때처럼 수업을 하러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강의실 불이 꺼져 있었다. 가끔 민아가 제일 빨리 온 날은 불이 꺼져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불을 켜고 칠판을 닦고 학생들을 기다리고는 했다.
‘오늘도 내가 제일 먼저 온 건가?’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민아 선생님! 축하드려요~”
“으악 깜짝이야!!”
민아는 강의실을 들어서다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와 사람들의 형체에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글 교실 학생들이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붙여 들고 있었다.
민아가 강의실 앞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다 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민아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누군가 강의실 불을 켰다. 장미 할머니가 케이크를 들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아.. 이게 다 뭐예요? 아이고 제 생일은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이번주에 민아의 생일이 있는 것을 알고 학생들이 준비한 깜짝 파티였다. 그동안 선생님들끼리도 따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 적은 없었다. 민아는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거.. 저희가 준비했어요. 받아주세요. 나중에 저희가 편지 써 드린다고 했잖아요.”
영하 할아버지가 도화지 하나를 건네주셨다. 수업 초반에 나중에 한글을 배우고 나면 편지를 써 드리겠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계셨나 보다. 건네받으면서 보니 도화지에 손글씨가 가득 쓰여 있었다.
“어머 다 같이 편지 써주신 거예요? 정말 감사해요..”
간단한 생일 축하 인사가 담긴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주신 거였다.
“사실 편지 만들면서 다른 선생님이 도와주셨어요. 도화지에 이렇게 다 같이 편지를 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뭐더라 로링 페이퍼? 하하. 그래도 글씨는 저희가 직접 썼어요!”
“제가 그림도 그려 봤어요.”
점자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 그림도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조금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축하 메시지와 감사하다는 인사가 적혀 있었다. 5명 제각각인 글씨체와 글씨 크기에서 각자의 개성이 묻어났다. 하지만 편지 가득 다들 민아를 아껴주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기역, 니은부터 같이 배웠는데 이렇게 편지까지 써주시다니. 민아는 감사하다고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말이 안 나왔다. 왜 눈물을 참으려고 하면 더 눈물이 나는 걸까. 끝내 웃으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히 간직할게요.”
올해는 특별한 약속도 없이 지나가려던 생일이었는데.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