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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개발에 진심이라서

by Adela

늘솔학교에는 여름 동안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바로 간식 시간이었다. 정기 회의 때 민아가 건의한 후로 늘솔학교 간식 메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건강한 식단을 준비해 보기로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시중에서 파는 과자, 빵 등을 간식으로 준비하지는 않기로 결정되었다. 그냥 시중에 파는 제품을 구입해서 간식으로 드리면 간단하겠지만 당뇨 환자에게 좋지 않은 간식류였다. 간단한 간식이더라도 늘솔학교 어르신들 모두의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하자고 교사들의 마음이 모아졌다.


재료 준비도 간식비 안에서 사용해야 했기에 메뉴에 제한은 있을 수 있지만 간식 당번들이 어느 정도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단톡방에 1주 전에 간단히 어떤 메뉴를 준비할지 미리 올리기로 했다.


회의 때 건강한 식단으로 삶은 고구마와 우유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간식 시간은 매일 있다 보니 매일 같은 것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막상 어떤 음식이 좋을지 다들 바로 이야기하지는 못 했다.


“제가 아무래도 처음 의견을 냈기도 하니까요.. 간식으로 하면 좋을 메뉴를 몇 가지 생각해서 제안드려볼게요!”


회의 날 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메뉴를 생각해 오겠다고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민아는 왠지 약간의 의무감을 느꼈다. 장미 할머니처럼 당뇨가 있으셔도 양을 조절하면 드실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하고 싶어졌다.


민아는 집에 가서도 많이 고민했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어떤 것이 있을지 나름대로 공부해 보았다. 그런데 찾다 보니 몇 가지 재료로도 응용해서 간단한 요리를 하면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누군가 이야기한 삶은 고구마 하나만 해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삶은 고구마를 으깨 계란을 풀어 종이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고구마 계란빵을 만들 수 있었다. 삶은 고구마와 약간의 야채, 치즈로 고구마 피자를 만들 수도 있었다. 비슷하게 건강한 재료인 두부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무궁무진했다.


민아는 요리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찾은 내용들을 선생님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점점 선생님들도 메뉴 개발에 재미를 붙였다. 민아의 아이디어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건강 간식 메뉴를 만드는 선생님들도 생겼다.


“이번 주에는 어떤 메뉴를 만들어 볼까?”


민아는 매일 틈 날 때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며 메뉴 고민을 하고 알아낸 것들을 선생님들과 공유했다. 특히 연정 선생님이 호응을 잘해주셔서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같이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처음에는 단 음료나 탄산음료를 줄이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드리니 좋아하셨다. 요리는 전혀 하지 못했던 민아였지만 메뉴 개발에 진심이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 만들어 보는 게 정말 재밌었다. 교무실로 쓰는 동아리방에서 요리를 하고 정리하면서 다른 선생님들과 수다 떠는 시간도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어르신들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선생님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간식 준비에 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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