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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풍 준비

by Adela

늘솔학교에서는 가을이 오면 다 같이 소풍을 가기로 했다. 모처럼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밖에서 함께 만나는 날이다. 어르신들은 낮에 바쁜 경우도 있으셨지만 하루는 시간을 내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인원이 많다 보니 어렵게 제일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날 하루를 정했다. 아무래도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가능한 날을 찾다 보니 토요일로 정해졌다. 선생님들도 주말 하루는 기꺼이 시간을 내겠다고 했다.


여름이 다 가기 전, 가을 소풍 준비를 위한 교사 회의를 따로 하게 되었다. 학생들도 기대하는 소풍이었지만 선생님들도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소풍날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저희 소풍 가서 뭐 하고 보내면 재밌게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요?”


서기를 맡은 사라 선생님이 화이트보드 앞에 서면서 물어봤다.


“저희 김밥이랑 유부 초밥 같은 것 도시락을 싸가기로 했잖아요. 도시락 먹고 나서 간단하게 게임 같은 것 할까요? 예전에는 남자 어르신들 모아서 축구한 적도 있거든요. 아니면 이번에는 뭐 배드민턴이나 아니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이 그냥 몸으로 하는 게임 같은 거요.”


예전에 소풍을 가본 영준 선생님이 제안했다.


“ 좋아요. 점심 먹고 이야기만 나누는 것보다 게임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어떤 게임이 좋을지 정해 봐요! “


이번에는 여자 학생이 많기도 하고 축구는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생분들이 너무 힘들지 않은 게임으로 준비해 보기로 했다.


“그날 마침 불꽃놀이 축제도 하는 거 아세요? 저희 저녁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이 불꽃놀이도 보러 가요!”


라희 선생님이 제안했다.


“와 재밌을 것 같아요!”


“한강에서 잘 보이는 곳으로 미리 자리 잡아요~”


다들 불꽃놀이에도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민아도 같이 들뜨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사실 민아는 처음부터 가을 소풍을 즐겁게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8월 말부터 다시 개강을 하면서 실습을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간호대는 실습수업 때문에 개강을 빨리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학기 중에 늘솔학교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었다.


그래도 다른 선생님들도 학생이고 자기 공부나 일과 늘솔학교를 병행해오고 있어서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자신감도 생겼다. 그동안 학교 생활만 겨우 겨우 해내며 지낸 것 같았는데 왠지 든든한 동료가 생긴 기분이기도 했다.


민아는 예전처럼 학교만이 생활의 전부가 아니게 된 것이 신기했다. 나만의 소소한 기쁨이 생긴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소풍도 재밌게 다녀와봐야지. 이번에는 그동안 많이 이야기를 못 해본 선생님들과 학생분들과도 조금 더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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