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점자 할머니의 숨겨진 재능

by Adela

“오늘도 숙제를 못해왔네요. 죄송해요, 선생님..”


점자 할머니는 낮에 아들, 딸을 도와주기 위해 손주들을 돌보느라 시간이 다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따로 숙제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시며 아쉬워하셨다. 하지만 한글을 배우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는 것이 보였다.


점자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라고 하셨다. 예전에 복지관에서 수채화를 배워서 물감을 사용한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다. 핸드폰에 저장된 예쁜 꽃 그림 사진을 민아에게 종종 보여주며 자랑을 하고는 하셨다. 그럴 때면 예쁜 손자, 손녀의 사진들도 같이 보여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자음과 모음을 다 배우고 글씨 연습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선생님! 저 새로운 걸 시작한 게 있어요.”


잠깐 쉬는 시간을 드렸을 때 점자 할머니가 부르셨다. 질문이 있으신 걸까. 아니면 할머니가 직접 그리신 그림을 보여주실까 궁금했다.


“앗 이것도 직접 쓰신 거예요? 너무 예뻐요!”


민아는 점자 할머니의 핸드폰을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소중한 당신’이라는 문구와 함께 예쁜 제비꽃 그림이 그려진 캘리그래피였다.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으니 참 예뻤다.


“네 제가 한 건데.. 어때요? 아직은 초보라서.. 글자 쓰는 건 복지관 선생님이 좀 도와주셨어요.”


“와 정말 멋져요. 복지관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우시나 봐요. 그림도 같이 그리셨네요.”


“우리 손주 하나가 올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가 시간이 좀 생겼거든요. 그래서 복지관에 그, 캐리그라피 수업을 등록했어요. 우리 딸이 붓글씨로 한글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딸이 캘리그래피를 배우면 글씨를 멋지게 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지만 글씨 연습을 더 많이 해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집 근처 복지관에서 캘리그래피 수업을 등록하셨다고 했다.


“한글을 배우니까 새로운 취미도 만들고. 너무 좋아요. 복지관에도 제가 들을만한 수업도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기가 망설여졌거든요. 글씨를 못 읽는다고 하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배우는 보람이 있죠? 어머님 그림도 잘 그리셔서 나중에 편지지나 카드 같은 것도 직접 만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꽃 그림이 예쁘게 들어가는 연하장 같은 거요~”


캘리그래피를 배우면서 점자 할머니의 글씨 쓰는 솜씨가 빠르게 좋아졌다. 원래 그림을 잘 그리셔서 그런가 점자 할머니만의 글씨체를 점점 만들어 가시는 것 같았다. 매주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들고 계실까 민아도 기대가 되었다. 점자 할머니의 숨겨진 재능이 꽃피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