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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기념일 맞이

by Adela

어느덧 늘솔학교의 개교기념일이 다가왔다. 이 날은 늘솔학교가 처음 시작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년 개교기념일에는 선생님들이 보통 다과와 함께 하는 축하 행사를 준비한다. 예전에 활동했던 교사들과 학생분들 중 연락이 닿는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초대를 하기도 한다. 개교기념일 몇 주 전부터 선생님들끼리 예전의 교사 및 학생 연락처를 보면서 전화를 거는 역할을 분담했었다.


올해 개교기념일 행사에는 특별히 작은 전시회도 병행하기로 했다. 늘솔학교 학생들이 직접 시를 쓰기도 하고 수필을 쓰기도 했다. 주로 중등반과 고등반 학생들이 나섰다.


올해는 한글 교실에서도 용기를 내어 참여를 했다. 민아가 열심히 학생들을 독려한 덕분이었다. 점자 할머니가 한글 교실 대표로 시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민아가 소개해준 시 몇 개 중에 마음에 드는 시를 점자 할머니가 직접 골랐다. 아직은 글씨를 다 쓰기에 어려울 수 있으니 분량이 짧은 시를 고르기로 했다. 점자 할머니가 시의 내용과 분위기를 생각하며 캘리그래피로 글자를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점자 할머니가 생각하기에 시와 어울리는 예쁜 꽃들을 같이 그려 넣었다.


한 번에 완성된 작품은 아니었다. 민아는 계속 전시회에 작품을 내자고 수업 시간마다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겨울에 나올 소식지에도 한글 교실 학생들도 참여하자는 말도 꼭 덧붙였다. 소식지에 이번 전시회 작품을 실어도 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점자 할머니를 콕 집어 공략하는 듯했다. 쉬는 시간에 민아가 다가와 제안했다.


“어머님, 한글 교실 대표로 이번 전시회에 나가보는 것 어때요? 캘리그래피 수업도 하셨고 그림도 잘 그리시잖아요. 이 기세를 몰아서 전시회도 도전해 봐요!”


점자 할머니는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전시회에 작품을 내보자는 말에 내심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민아에게 약한 점자 할머니는 수락을 했다. 그리고 끝없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쉬는 시간에도 빈 종이에 계속 글씨 연습을 하고 계셨다.


그렇게 끝없는 노력 끝에 완성한 시화는 코팅하여 행사 날 강의실 뒤편에 같이 전시되었다. 개교기념일 행사에 모인 예전 교사들도 점자 할머니의 작품 칭찬을 많이 했다.


전시회 구경을 한 후 예전 교사들과 현재 교사들이 모여 어떻게 늘솔학교 활동을 하게 되었고 어떤 추억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책상으로 둥글게 만들어둔 자리를 옮겨 다니며 예전 학생들과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같이 모이니 다들 신나 보였다.


아쉽지만 3시간이 금방 흘러가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개교기념일 마무리는 매번 늘솔학교 교가를 부르며 한다고 했다. 민아는 아직 교가를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행사를 할 때마다 들어서 조금씩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런 가사였구나 새삼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은 역시 단체 사진 시간이었다.


“자 우리 사진이 빠질 수 없죠. 다들 눈 감지 마시고 웃으세요~ 하나, 둘, 셋!”


다 같이 웃는 얼굴로 첫 단체 사진을 찍고 행사를 마쳤다.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따뜻한 표정만으로도 개교기념일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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