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귀여울까?
똑똑해 보이지만 가끔 맹한 표정으로 의외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생명체인 것 같다.
어릴 때 강아지만 키워봤기에 사실 고양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친구들이 키우던 고양이들을 종종 만났지만 낯선 사람을 경계하던 아이들이 많았다. 하악질도 많이 당해봤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가 더 잘 맞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길냥이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 고양이들을 만난 건 다리를 다쳐 일을 쉬던 시기였다. 아직은 뛰지 못하지만 걷기 연습을 하라고 들었던 시기. 사실 기분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날은 바깥에 한 번도 안 나가는 날들도 있었다. 계단이라도 걸을 때면 아프고 잘 안 되는 게 조바심이 나고 어떤 때는 신경질이 나기도 했다. 왠지 부끄럽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면서 하루 한 번은 꼭 동네 산책을 나가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아빠가 등산용으로 사두신 지팡이를 짚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파트 단지에 한 번씩 빼꼼 나타나는 길냥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수풀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까만 아기고양이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다가갔다.
“나비야~”
뭐라고 부를지 몰라서 엄마가 옛날에 고양이를 불렀던 말투로 가만히 불러보았다. 아직 아기라서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쳐다보더니 “냐옹”거렸다. 그러다 쏜살같이 사라졌지만 숨어서 나를 보고 있는 게 다 보였다.
며칠 산책을 하다 보니 그 아기고양이는 그 부근이 자기 구역인 것 같았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두 마리 더 있었다. 왠지 하나는 형제이고 하나는 엄마 고양이 같았다. 거의 매일 보다 보니 내가 익숙해졌는지 내가 보고 있어도 배를 보이며 뒹굴뒹굴 놀았다.
아직은 추워지기 전,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서 둘이 껴안듯 뒹굴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면 울적하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놀다가도 햇살이 눈 부신건지 졸린 건지 갑자기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어떻게 보일지 일부러 알고 하는 건지 정말 귀여웠다.
“햇빛을 쬐는 거니? 그래,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귀엽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에 죄책감을 느끼던 차였는데 그냥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 가족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이런 햇살을 즐기는 산책을 해 본 게 몇 년 만인지. 그동안 이런 짧은 순간조차 왜 모른 척하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을까 싶었다.
알고 보니 동네에 길냥이들의 구역이 몇 군데 있었다. 놀이터나 수풀이 있는 산책길 쪽이 대부분이었는데 보다 보니 얼굴도 구분이 되었다. 나를 알아보는 건지 몇 번 보다 보면 배를 뒤집어 보여주며 뒹굴거리는 아이들이 생겼다. 처음엔 몰랐는데 불편한 사람에게는 안 하는 행동이고 나름 애교를 부리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재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의무적인 산책은 고양이를 보러 가는 재밌는 시간이 되었다. 점점 산책을 나가는 시간도 길어졌다. 길냥이들이 나의 재활을 도와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