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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초 Jun 21. 2023

# 가계부, 써야 할까?

소득과 지출의 기록에 대한 고민

가끔 지인들이 찾아와 묻는 것 중 하나가 가계부에 대한 것이다. 경제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며 가계부부터 적기 시작하지만, 불꽃같은 마음은 이내 성냥불처럼 사그라들고 만다. 매번 기록하기가 귀찮을 뿐만 아니라 적어봐야 별로 도움 되는 것 같지도 않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가계부를 매번 적는다는 건 아주 번거로운 일이고, 10원 단위까지 빠짐없이 적는 게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계부를 열심히 적어봐도 경제적 자유는 먼 나라 이웃나라에나 해당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부터 은퇴한 지금까지 가계부를 적고 있다. 솔직히 이제는 가계부를 적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은퇴 이후 수입과 지출의 규모가 거의 고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해진 예산이나 계획을 벗어난 소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듯 소득이나 지출이 발생하면 가계부부터 적고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 피터 드러커 -        



가정의 경제를 꾸려가는 것은 기업의 경영과 다르지 않다. 소득과 지출에 따른 현금 흐름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자산과 부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처럼 이윤 추구가 목적은 아니지만, 소득 대비 지출을 줄이고, 남은 현금으로 부채를 갚거나 자산을 늘리는 방향은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우선 측정이 필요하다. 수입이 얼마이고 지출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서는 돈을 관리할 수 없고, 돈을 관리할 수 없다면 자산을 늘리거나 부채를 줄이는 개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도 가계부 작성은 필요하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발표된 2021년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가 월 277만 원이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상승으로 인해 필요한 비용은 더 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남들과 똑같은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 아니듯, 남의 집 노후생활비와 나의 노후생활비가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평균치보다 적게 쓴다면 지금의 부담은 줄 것이고, 평균치보다 많이 쓸 예정이라면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은 기하급수로 늘 것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중요한 건 대략적인 금액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몇 해 정도의 가계부 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계부 쓰기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되고, 행동이 바뀌어야 습관이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하던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를 향한 지금의 각오가 가계부 쓰기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믿고, 지금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 오래 쓰다 보면 분명 굳은살처럼 내 몸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 쓰기가 너무 귀찮다고?

이것만 기억하자.

경제적 자유는 늘 소수만이 가는 길이고, 남들과는 다른 길임을.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가계부 #노후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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