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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초 Jun 20. 2023

# 평범한 사람이지만, 평범하지 않게 살았다

시간적, 경제적 자유인의 솔직한 자기 고백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시험을 몇 년 준비해 나이 서른에 원하던 공무원이 되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5일 출근하고, 금요일 오후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일요일 저녁부터 슬금슬금 가슴을 죄어오는 월요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드라마 속 진도준처럼 재벌집 손자로 태어나지 못했고, 재벌가의 배우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운 좋게(?) 로또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이 주어진 적도 없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공무원을 스스로 그만두었다. 더 이상 금요일 오후를 기다리지도, 월요병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진도준처럼 재벌집 손자이거나 미래를 알고 있지 않지만, 돈이 부족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1등 당첨 확률이 814만 5천 분의 1에 불과한 로또를 구입하지도, 토요일 저녁 8시 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지도 않는다.



직장생활은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주지만, 그 이면엔 의도치 않은 것이 잠재되어 있다.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 침묵하고 순응하길 요구한다. 일을 잘해서 능력을 쌓기보다는 어떻게든 일을 적게 하거나, 일을 피할 구실을 찾게 한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일의 효율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만을 고집하고, 무사안일의 마음만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평균 80년에 불과한 내 생의 시간을 직장과 나누어야 한다. 저녁이 없는 삶은 비일비재하고, 가끔은 당연해야 할 가족과의 주말시간도 포기해야 한다. 어렵게 계획한 해외여행의 일정도 어쩌면 다음으로 연기해야 한다.    



물론 일을 하면서 느낀 보람도 있고, 급여도 달콤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부당한 요구가 싫지만, 부당함을 알면서도 침묵해야 하는 순응은 더 싫었다. 일을 대충 하거나 어떻게든 일을 피하며 급여를 받아가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해낸 만큼 인정받고, 보상도 받고 싶었다. 일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고 싶었다. 퇴근만을 기다리며 시계를 보거나,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라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하루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고 싶었다.   

또 40년도 채 남지 않은 생의 시간은 아까웠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직장에서의 회식보다 가족과 먹는 저녁 식사를 우선시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나 '가족과의 주말'이 마땅하게 받아들여지는 삶을 살고 싶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족과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하고 15년,

아내와 둘이서 악착같이 살았다.

베짱이처럼 노래하기 위해 개미처럼 땀 흘렸다.

남들처럼 일했지만, 남들과 다르게 일했다.

남들처럼 벌었지만, 남들보다 더 벌 궁리를 했다.

남들처럼 썼지만, 남들보다 덜 소비했다.

차곡차곡 모았고, 공부했고, 공부한 만큼 투자했다.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만 생각하며

그 단순한 과정을 15년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랬더니

부유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 않게 되었다.  

남을 위해 일하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남다른 재능이나 특출 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해 왔듯 바란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목표를 향한 간절함과

실천의 의지,

그리고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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