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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D컬렉티브 Apr 11. 2021

장 팅켈리(Jean Tinguely)

: 당신은 디지털 원주민인가?


“기계는 내게 영감을 준 도구이다.(...) 누구나 재미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

장 팅겔리     


장 팅겔리


요즘 한국사회는 코로나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찾아온 더 큰 문제가 점점 더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바로. 기후와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기후, 쓰레기에 그렇게 우리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고민을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디지털공간 속에 영영 갇혀 지내거나 외부로 나오는 활동. 그리고 생존과 직결된 문제까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또. 이와 함께 생각되는 문제들. 코로나19이후로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계와의 싸움. 영화 속 스크린 속에서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 실제 눈앞에 더욱 다가왔다. 그리고 디지털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무인시스템 활용. 온라인과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기계에 관해서. 디지털이라는 세상에 대해 교육을 받고, 이와 더욱 친숙해져야하는 사회에 거주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보다 기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다.       


장 팅겔리, 1955, 에펠탑 앞에서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소통하기보다는 기계작동을 잘하는 방법, 디지털공간속에서 자유자재로 온라인을 활용하는 과정과 공식에 우리는 더 주목한다. 이유인즉슨,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것보다 우리는 디지털공간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이 어디서보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 공간. 도시의 벽에 굳이 장 미쉘 바스키아와 같이 표현을 안 해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은 오늘도 SNS를 통해서 모든 이에게 알려졌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말처럼, 빅브라더의 통제를 그대로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기계보다 앞에 서야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공간속의 정보의 양을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계가 우리의 마음과 일상을 오늘도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키네틱아트(Kinetic Art)라는 명칭 하에 기계에게 지배가 아닌, 기계보다 앞장 서 스스로 이를 미학적으로 만든 주도적인 예술가. 장 팅겔리(Jean Tinguely, 1925~1991)를 알고 있는가? 키네틱 아트라고 하면, 이제는 누구나 알 법한 기계움직임이 미학적으로 창안된 것. 관객의 참여가 요구가 중요하게 고려되면서, 움직임과 변화, 그리고 동력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리듬감을 가지는 작품에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기계인간과 마주하다     


1920년대 기계미학의 등장이후로 모터를 사용한 조각, 기계의 움직임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경우는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실험이었다. 조지 시걸의 석고조각과 같이 인체의 형상이 아닌. 기계자체의 재질을 그대로 활용하여 표현하는 방식과 과정으로 팅겔리는 움직이는 조각을 알린 대표예술가이다. 팅겔리는 전기모터와 고속회전장치를 이용하여 움직임에 대한 실험과 기계적인 조각 제작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진행했다.  


장 팅겔리뉴욕에서의 경의   


장 팅겔리, <뉴욕에서의 경의>, 1960

   

팅겔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뉴욕에서의 경의 Homage to New York>(1960)는 뉴욕에서 소개됐다. 금속, 바퀴, 모터 등으로 조합된 이 기계는 스스로 파멸되어가는 장치로 조작된 작품이다. 자전거 바퀴, 수레,  모터, 피아노, 타이머,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 이 조각은 1960년 뉴욕현대미술관 정원에 전시됐다. 기계로 얽혀 있는 괴상한 장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조각. 어딘지 모르게 작품보다는 기계폐품을 조립시켜놓은 장치와 같다. 30분간 빠르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이 이상하고 미묘한 기계장치가 소음과 함께 냄새, 연기가 나면서 관람객 앞에서 터지려고 한 스스로 파괴하는 조각이다. 결국 화재가 발생되어 실제 소방당국이 출동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팅겔리의 <무제 Untitled>를 만날 수 있었다.  팅겔리의 기계조각의 하나인 <무제>는 1993년 대전엑스포 기간 중에 미래테마파크전시에서 대규모 조형동산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 안에 설치된 팅겔리의 움직이는 조각은 호수 한 가운데에 전기모터로 가동되는 바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장치였다. 하지만 기계의 조작의 어려움과 고장으로 사실상. 정지된 조각에 불과한 현장을 만든다. 팅겔리 또한 기계장치의 불안정하고 우연한 과정에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오차의 범주 안에서 이를 나서서 해결하지는 않았다. 그 자체를 우연으로 간주하며. 움직임을 가지는 장치라는 사실로. 우리에게 색다른 참여를 제공해 준다.      


팅겔리에게 기계는 산업폐기물이다.     


《움직임》, 1955

팅겔리는 기계를 매우 능숙하게 조작하고 다루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니였다. 팅겔리는 《움직임 Movement》(1955)전시를 시작으로 기계는 처음부터 인간의 손에서 조작되고, 필요에 의해서 생산된 산업품의 일종이라는 사실. 이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팅겔리의 기계는 오래되고 녹슨 산업폐기물이다. 대량생산과 함께 찾아온 대량소비사회는 앤디 워홀 뿐만 아니라, 팅겔리에도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사회적 환경이었다. 대량으로 나온 산업폐기물은 고장이 이미 나있거나 혹은 더 이상은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파리에서 작업을 해온 팅겔리는 녹이 슨 냄비, 쇳덩어리, 잡동사니의 고철들을 수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산업폐기물에서 새롭게 기계를 만들다나는 기계를 조작한다.’     


장 팅겔리, <3륜 자전거택시조각가>, 1960 / <메타-메틱 No.10>,  1959


팅겔리의  <메타-메틱 No. 10. Méta-Matic No. 10>(1959)은 기계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담은 메타메틱은 정신없이 낙서로 뒤죽박죽 되어 있는 조각 받침대 위에 움직이는 부품, 톱니 그리고 기어를 활용하여 종이 위에 추상드로잉을 만들어내는 조각이다. 아슬아슬하게 설치되어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작으로 기계가 멈춰있는 듯하다. 실제 이 작동의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움직이는 기계장치임을 알린다. 메타메틱과 관련하여 또 다른 팅겔리의 조각, <3륜 자전거택시조각가 Le Cyclograveur>(1960)은 사람이 직접 탈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커지고, 더욱 많은 기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3륜 자전거택의 형태가 상상이 가는 바퀴가 보이고 운전대가 있다. 그리고 이 바퀴의 동력을 이용하여 추상드로잉이 진행된다. 실제 관람객은 앉아서 바퀴를 돌린다. 그리고 추상드로잉이 그려진다. 이 또한 우연적이고 돌발적으로 이뤄지기에 관람객의 참여로 이 기계는 조작된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기계장치의 소리가 더해진다. 


기계의 소음까지도 예술이 되다.     


장 팅겔리, <발목장식의 고리- 죽음의 무도>, 1986


그리고 팅겔리의 거대하고 웅장한 기계조각의 절정이 있다. 바로, <발목장식의 고리- 죽음의 무도 Mengele-Totentanz>(1986)이다. 14개의 움직이는 조각과 함께 하마 두개골과 같은 기이한 괴물의 이 조각에서도 불규칙한 간격으로 시끄럽고 삐꺽거리는 소리, 찢어지는 소리 등으로 잦은 소음을 일으킨다. 이 소음은 이 작품의 크기를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직접 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거대한 기계의 그림자와 함께 암흑 속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기계의 그림자 또한, 어떤 그림자보다도 두려움을 준다. 엔진이 작동되면서, 각자 자신의 방향과 방식대로 기계는 돌아간다. 가까이에서 보면, 녹이 슬고 더 이상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기계들이 힘을 다해 움직인다.     


녹이 슬고 버려진 기계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장 팅겔리, <가난한 사람들의 발레>, 1961


멋진 광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새롭게 전해준 팅겔리의 기계는 다시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의 자생력이 아닌 접합하고, 공정과정을 거쳐서 팅겔리의 힘으로 재탄생하였다. 파괴된 기계들, 전쟁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버려진 산업폐기물들이 움직이는 조각이 되었다. 팅겔리에게 기계를 포함하여 무분별하게 낭비되어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 재료였다. <가난한 사람들의 발레 Ballet of the Poor>(1961)는 기계 말고도 다양한 잡동사니를 수집한 팅겔리의 또 다른 시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여성용 옷과 스타킹, 박제여우, 줄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보이는 주전자, 고철의 접시 등 낡고 오래된 것들이 여러 줄에 매달려 있다. 이를 지탱하는 것은 고철판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그 줄들은 서로 각자 빠른 템포에 맞추어 움직인다. 이 역시 움직이는 조각이다.  

    

니키 드 생팔과의 프로젝트는 기계미학의 절정을 알렸다.

 


장 팅겔리, <스트라빈스키 분수>, 1982  / <환상의 낙원>, 1972


특히 팅겔리는 니키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과의 <스트라빈스키 분수> Stravinsky Fountain>(1982)로 퐁피두센터 앞마당을 기획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그들은 <환상의 낙원 Paradise Fantastique>(1972)으로 공동작업을 한 이력이 있다. 특히,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를 존경이 더해진 이 분수는 저전력의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물을 내뿜는 16 마리의 기계 새를 제작하여 더욱 주목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예측할 수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팅글리는 니키 드 생팔 특유의 색감과 어우러지는 검은 조각으로 분수대를 조성한다. 기계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는 물속의 미묘한 진동은 음악적인 리듬감을 가진다. 아름다운 선율이 느껴질 정도로 기계는 매혹적인 작품으로 변화되었다.      


팅겔리그는 기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팅겔리는 이 모든 것들을 재활용하여,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했다. 누구보다도 쓰레기하치장을 좋아하고, 즐겼던 팅겔리. 매혹되기에 충분한 기계의 민낯을 팅겔리는 알았다. 어떤 과학자보다도 기계의 움직임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 몰입하고, 시각적인 예술이 아닌 모든 감각을 사용하여 체험해볼 수 있는 조각으로 관람객의 참여와 놀이를 유도했다. 기계와 사회의 소모품으로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은 팅겔리는 능동적으로 기계를 매개로 하여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단과 방법을 발견하였다. 바로, 이 '움직이는 조각'이 답이 되어 준 것이다. 조각을 움직이게 한 팅겔리. 관람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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