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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D컬렉티브 Apr 11. 2021

라우센버그 (Robert Rauschenberg)

: 속도경쟁사회, 당신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예술과 삶은 모두 연관되어 있다어느 것도 인위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라우센버그


잠시 사회가 멈춘 듯 했다. 다시 새롭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또 다른 것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알게 된 이 시기. 온라인에서 우리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봤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시간을 개인공간에서 활동을 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밤잠을 설친다. 약 일 년이라는 잠깐의 쉼은 모두의 삶을 정지시켰다. 지금도 좀 더 나아졌을 뿐이지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사회는 더욱 디지털공간에서 모든 일상 활동이 순조롭고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한 쉼 없는 노력을 향해 가고 있다. 가파르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경쟁사회에서 당신은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속도와 경쟁 그리고 생존      


한국사회는 본질적으로 소비자본주의라는 큰 타이틀과 함께 그 안에서 생산과 노동 그리고 소비를 하는 순환과정으로 쳇바퀴 마냥 돌아간다. 지금 맞이하고 있는 디지털소비자본주의사회는 자신이 스스로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신은 어떤 세대인가? 온라인 문화공연, 랜선 전시 등 각종 볼거리가 디지털공간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이 소식을 미리 구독하지 않았다면, 이 사실 또한 모르는 정보가 될 것이다. 이제는 더욱 온라인을 통해서 적극적인 소통과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속도경쟁사회에 가파르게 변모한 사회의 발전과정과 현장을 누구보다도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예술가가 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는 1991년 두손갤러리에서 컴바인 회화의 창안자로 라우센버그는 알려지게 되면서 우리와 인연이 있었다. 특히 라우센버그는 제스퍼 존스와 함께 미술계의 양대산맥을 이룬 예술가이다. 존스가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힘썼다면, 라우센버그는 무엇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시키위한 노력과 현실을 투영시키는 그 과정이 거칠다.      


라우센버그현실을 주목하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세부사항>, 1954 / <수수께끼>, 1955


라우센버그는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기 위한 그 과정을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사회가 한없이 매우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현실의 증거들을 파편적인 기록과 흔적을 모으는 것에 힘썼다. 라우센버그는 쓰레기, 병, 박제된 동물, 나무, 넥타이, 타이어, 의자, 종이, 신문 등 다양한 재료들을 수집한다. 이 모든 것들의 누군가의 인생이고, 사회에 버려진 대상이며, 역사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했다. 1954년 <세부사항 Minutiae>(1954)는 그 시작을 알린 패널콜라주였다. 종이, 천, 신문, 나무, 금속, 거울 등을 활용하여 패널로 세웠다. 그리고<수수께끼 Reubus>(1955)는 만화, 직물, 포스터 등과 색을 결합하여, 시간의 기록물이 된 자료들의 잔재물을 파편적으로 붙였다. 이를 풀 수 없는 퍼즐이라고도 부르지만, 시간 속에 기록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라우센버그의 수집물은 하나, 하나가 모두 시간과 함께 사라져간 추억이자 기억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의 환경을 한 곳에 포착한 콜라주이다.  


자신의 흔적과 시간을 담아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침대>, 1955


<침대>(1955)는 라우센버그가 평소 사용한 이불, 시트, 베개를 재료로 사용했다. 포근하고 아늑하지 않은 이 침대에서 라우센버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용한 흔적들이 보인다. 점차 낡아 버려야 하는 상태의 <침대>(1955)를 라우센버그는 쓰레기로 보지 않았다. 물감과 연필을 써서 자신을 위해 사용되었던 이불더미를 나무지지대 위에 걸었다. 이를 발견된 오브제에서 시작된 예술이라고 말한다. 예술과 삶은 부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는 이를 연결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표현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온기를 드러낼 수 있는 것들부터 재료로, 그것이 자신의 환경이고, 사회의 풍경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종에 이 <침대>(1955)는 라우센버그의 자화상이다.      


# 상점에서 발견한 박제된 염소가 나의 모노그램이 되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모노그램>, 1959


<모노그램 Momogram>(1959)은 라우센버그를 알린 대표작품이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 컴바인(Combine)으로 그 유명세를 치렀다. 라우센버그는 상점에 쇼윈도를 들여다보고 발견한 이 박제된 염소에 매력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박제된 염소는 또 다른 연민이었다. 타이어를 끼고 있는 이 박제된 염소는 라우센버그의 덕분인지, 좀 더 단정하게 수염이 정리되어 있으면서, 얼굴은 물감으로 색을 살짝 입혔다. 그리고 이를 지탱해주는 나무판에는 나무, 인쇄물, 직물, 종이, 직물 등 갖가지의 종류의 재료들이 한 데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 이는 충격적인 형태로 마주하였지만, 라우센버그가 일상에서 발견한 오브제들이라는 사실이다     


라우센버그사회의 흔적과 파편   

  

로버트 라우센버그, <사유지>, 1963


생각해보면. 라우센버그는 시각적 이미지, 인쇄물을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이를 그 시기,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 환경, 그리고 메시지를 담아냈다. 라우센버그의 두 가지 도구는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는 사진이미지, 그리고 붓이 된다. 이 결합은 사회의 흔적과 파편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존스가 물질의 질감을 표면에 살리기 위한 노력과는 다르게 라우센버그는 있는 그대로 보여 지는 기록물을 실크스크린 과정을 활용하여 진행한다. 라우센버그는 <사유지 Estate>(1963)에서와 같이. 신문사진, 스냅샷 등을 캔버스에 붙인다. 라우센버그는 대중매체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는 지금 무슨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라우센버그의 관심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라우센버그는 예술과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이벤트, 활동을 분리시키지 않았다. <사유지>(1963)에서 달 착륙, 야간 트럭, 급수탑, 존 케네디의 중간 연설, 날씨, 자유의 여신상, 표지판, 아메리칸 드림, 미국 국기, 베트남, 티치아노. 그들은 지금 역사속의 그림처럼 느껴지지만. 이미지들 간의 이질적인 조합이자 사회적 정보를 제공하는 작품이 되었다.    

  

현실에서 알게 된 진짜 현실의 풍경은?     


로버트 라우센버그, <반동1>, 1964


그 또 하나가 <반동 1 Retroactive 1>(1964)이다. 라우센버그는 1960년대 존 케네디의 갑작스런 암살로 죽음을 맞이한 이 시점에 정치적, 사회적 문제의 갈등의 폭발, 인종문제, 베트남 참전, 대외정책, 낙하산 우주비행사, 달착륙 등의 파편적인 이미지를 조합하였다. 라우센버그는 언제나처럼 이미지의 크기는 자유롭게 조절하였으며, 지금 사회에 자극적인 이슈까지 서슴없이 캔버스에 펼쳤다. “이게 바로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알아야하는 현실이다.”생각보다 사회는 달콤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전달하기 위함보다는 라우센버그는 그대로 당신이 알아야 하는 이 사회의 풍경은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 수많은 이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일상의 수집기록 그리고 발견   

  

로버트 라우센버그, <입국지(애나그램 펀) >, 1998


<입국지(애나그램 펀) Port of Entry(Anagram Pun)>(1998)에서도 라우센버그는 또 다른 일상을 보여준다. 이 <입국지(애나그램 펀)>(1998)은 라우센버그의 집, 여행, 도착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나온 자신의 일상의 기록을 수집한 것이다. 라우센버그는 자신의 일상에서 추억과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세 개의 큰 패널에 겹쳐지거나 반복적인 이미지로 이를 구성한다. 각 패널 속에는 라우센버그의 일대기가 담겨진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다. 거리에 흔히 보이는 횡단보도표지판, 소방차 그리고 해외에서 촬영한 코끼리 퍼레이드, 벨기에 동상, 거리표지판 , 머리띠를 한 티베트 여성사진 등 라우센버그가 인상 깊었던 것들로 구성하였다.      


# 속도를 따라가겠는가, 아니면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볼 것인가.      


이렇게 라우센버그는 지나간 시간과 경험을 한 화폭에 기록했다. 파편적으로 흩어진 시간들을 수집하며, 그곳에서 또 다시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예측도 점점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사회. 오늘도 새로운 정보와 이슈, 문제들이 넘쳐나고 있다. 디지털 공간, 역시 밤이 존재하지 않기에 쉼 없이 정보를 생산하고 공급한다. 우리는 이를 소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서 지금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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