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이 우리의 눈과 소비욕망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웨인 티보, 2020, 인터뷰
우리의 마음과 시각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다. 바로, 디저트이다. 디저트문화는 새로운 유행이자 소비가 되었다. 브런치가 유행하면서 한국의 디저트문화는 나날히 우리의 일상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술작품과의 협업도 디저트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다. 예를 들어, 나뚜루x바스키아, 마네x아카펠라, 앤디 워홀x파리바케트 등 각종 아이스크림, 커피, 케익 브랜드와의 조합은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디저트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미각으로 느껴지는 그 달콤함은 상상 그 이상의 행복감을 준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디저트의 종류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서 사진과 후기로 쏟아진다. 이렇게 우리에게 디저트문화는 삶이자 일상이다.
혹시 오늘 하루 당신은 디저트를 먹었는가? 아니면, SNS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달콤함에 매료되는 것에 만족했는가? 웨인 티보(Wayne Thiebaud, 1920~)도 역시도 <파티 트레이 Party Tray>(1994)에서와 같이 케익, 파이, 아이스크림 등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예술가이다. 우리는 웨인 티보의 이름보다, 그의 디저트 작품에 더 익숙할지 모른다.
이건 워홀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광고 <언더그라운드 선디 Underground Sundae>(1968)이다. 선디의 이미지가 부각된 이 광고는 마젠타 빛깔, 암갈색과 황록색의 오묘한 조합, 무지개색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선디 위에 설탕에 저린 체리는 달콤함보다는 강렬함만을 느낄 뿐이다.
이에 반해서 티보의 <튤립 선디 Two Tulip Sundaes>(2010)에서 아이스크림은 긴 유리컵에 아이스크림 한 스푼 위에 있는 체리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역시, <4개의 아이스크림 콘 Four Ice Cream Cones>(1964)에서도 네 가지의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이 동시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모두 맛보고 싶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티보의 아이스크림 콘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우리의 눈과 소비욕망을 자극한다. 앤디 워홀과 같이 상업예술가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티보는 먹는 것 중에서도 혀끝을 감도는 디저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특히 마일 하이 앤드레드 핫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으로 티보에게 디저트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클 수밖에 없었다.
티보는 시각과 미각을 매료시킨다. 티보의 붓질의 질감은 어떤 디저트냐에 따라서 그 질감과 색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네 개의 컵 케이크 Four CupCakes>(1971)에서도 아이보리톤 배경에 일렬로 4개의 다른 맛의 컵케익이 위치되었다. 컵케인 특유의 질감이 맛에 따라서 위쪽 표면에 두드러진다. 그 맛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이를 보고 소소한 행복감을 가진다. 그리고 티보의 <진열 케이크 Display Cakes>(1963), <창문 케이크 Window Cakes>(1963)에서도 케익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의 형형색색의 케익이 보인다. 흔히 케익을 사러 디저트진열장이 그대로 티보의 캔버스에 펼쳐진 것이다. 티보는 <창문 케이크>(1963)에서 다양한 맛의 케익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하였다.
티보의 케익은 생각해보면 매우 단조로운 색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디저트는 그 평화로운 색에서 맛을 더욱 느끼게 한다. 특히, 티보의 붓질은 디저트의 질감과 텍스처를 과하지 않게 사용한다. 절제되고 세련된 질감과 색과 디저트의 형태는 무엇보다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티보의 파이는 케익, 도넛과 같이 우리의 시선을 매료시키면서, 단맛을 그대로 정제시킨 맛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파이, 파이, 파이 Pies, Pies, Pies>(1961)는 카페의 디저트 진열장에서 흔히 보이는 진열배치이다. 가지런히 놓인 파이가 판매되기 이전에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서 이 파이들을 관찰한다면, 흰색의 물감의 질감은 파이를 입체적으로 촉감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파이와 함께 디저트 중에서도 식사대용으로도 가능한 <샌드위치 Sandwiches>(1961)는 나란히 세 개의 샌드위치가 놓여있다. 식빵 사이에 계란과 같은 재료들을 넣어서 만든 샌드위치가 더 정갈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워홀의 햄버거는 무언가 부족해 보였는지, 웨인 티보의 <로스트 비프 디너 Roast Beef Dinner>(1963)는 한 끼 식사 정도로 거뜬한 저녁이다. 접시 위에는 갖 구운 식빵과 오븐에 구운 쇠고기, 구운 감자 그리고 함께 곁들인 샐러드, 그리고 우유 한 컵과 두 조각의 식빵 위에 올려진 버터를, 바로 먹을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은 이 느낌. 이 <로스트 비프 디너>가 배가 부르지 않다면, <5개의 핫도그 Five Hot Dogs>(1961)가 또 우리를 기다린다. 길쭉하게 뻗은 빵 사이에 소시지를 끼우고 그 사이에 겨자가 묻어나온다. 먹음직스럽게 5개의 핫도그가 방금 나온 듯 우리의 허기를 달래준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즐거움을 주는 티보의 디저트의 향연은 끝이 없다.
<5개의 초콜렛 쿠키 Five Chocolate Cookies>(1989)의 맛은 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어떤 디저트보다도 지독하게 달콤한 초콜렛의 맛을 알기에, 쿠기가 초콜렛 맛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당장 디저트를 사먹어야 할지 모른다. 결국 우리는 뷔페를 가거나 디저트 접시에 한가득 담아낸다. 티보의 <디저트 접시 Dessert Tray>(1992~1994)에 디저트 접시에는 9가지의 종류의 디저트가 보인다. 달콤함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케익, 파이, 아이스크림이다.
이 시작은 바로, 디저트 진열장에서였다. 티보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다양한 디저트가 가득한 진열장의 이미지도 그대로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제과점 판매대 Bakery Counter>(1993)는 3층 진열로 된 투명 유리의 진열장으로 그 안에는 케익, 파이, 도넛, 에클레어 등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판매대 위에는 통식빵이 놓여 있다. “나는 디저트 진열장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빨리 선택해보는 것이 어때? 우리의 디저트는 모두 달콤하거든.” 귓속으로 누군가 속삭인 듯 우리를 부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디저트진열장은 시간이 지나면. 비워지기 마련이다. 웨인 티보는 모두 팔리고 남겨진 진열장 속의 하나의 파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진열장 속의 파이>(1972)어떤 진열장보다도 직사각형의 투명한 케이스가 더욱 도드라진다. 모두 판매가 되고 단 하나 남겨진 파이가 접시 위에 혼자 남겨졌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이 파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티보의 디저트 세상은 오늘 나에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내일은 어떤 디저트를 먹으로 가야할지 SNS 디저트 탐방은 늦은 저녁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시선을 끄는. 누구나 한번쯤 가봐야 하는 그곳으로 향한다. 음식과 디저트 사이에서의 공존은. 이제는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 옆에 항상 같이 하고 있다. 디저트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행복감은 어떤 위안보다도 크다. 오늘 하루 고생한 우리에게 디저트 선물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