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D컬렉티브 Apr 11. 2021

앤디 워홀(Andy Warhol)

: 우리의 일상의 패턴에 가끔은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미술관에작품을 보러가는 것이 싫다.” 

앤디 워홀, 1966, 인터뷰


앤디 워홀, 콘플레이크를 즐기는 그


코로나19이후로 재택근무의 비중은 높아지고, 집에서의 활동이 많아졌다. 특히, 배달음식, 온라인배송 등의 급격한 증가로 이제 비대면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 중에서도 음식문화를 소비하는 방식과 과정이 두드러진 변화이다. 전통적인 가정식, 번거로운 레시피의 과정을 간소화시킨 간편조리식품, 레트로음식의 문화가 번창했다. 요리초보자들도 요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밀키트의 종류의 다양성으로, 우리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편리미엄의 열풍과 함께 찾아온 인스턴트식품의 발전과 다양성의 변화는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 인스턴트음식의 증가,  인터넷상에서의 정보공유우리는 쉽게혼자 살아도 괜찮은 믿음 따위가 마트의 진열장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우리는 SNS에서 신상음식후기를 접하고그 정보를 통한 사람들의 의견을 읽는다생각보다 많은 다양한 음식들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오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우리처럼 매일 선택과 소비를 반복한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도 별반 다르지 않은 소비패턴으로 생활을 했다근데워홀은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유명세를 탔으니생각보다 그는 남다른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워홀에게 특별했던 건 무엇이었을까세계적인 스타이자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워홀.     


백남준, <앤디 워홀 로봇>, 1994

흔히, 워홀이라고 하면, 그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있다. 실크스크린, 사진기법, 소비상품, 헐리우드 스타, 팩토리(Fatory), 영화 등으로 미디어에 자신을 스스로 소개하고, 노출시킨 예술가이다. 백남준의 로봇 작품 중에서도, <앤디 워홀 로봇 Andy Warhol Robot>(1994)는 워홀을 상징하는 강렬한 색의 브릴로 상자(Brillo Box), 캠벨스프(Campbell Soup), 일회용 카메라, 영사기 등을 소재로 한 로봇이다. <앤디워홀 로봇>(1994)에서도 볼 수 있듯이, 브릴로 박스, 캠벨스프는 워홀의 상징이자, 당시 소비상품 중 하나이다.  


팝아트상업예술가슈퍼스타 사업가 워홀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며, 일하는 것은 예술이고 좋은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 워홀의 그의 말 한마디는 예술은 사업이자, 상업적 성공을 이루고자 한 매개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문구이다. 워홀은 백남준과는 다른 시각의 예술가이다. 텔레비전의 회로조작이 아닌, 워홀은 소비상품 광고의 전략을 이용한 경제적 호황과 함께 한 대중스타였다.  앞서 한국에서의 워홀에 대한 관심과 그에 대한 국내 첫 전시는 《팝아트, 슈퍼스타 워홀》(1994)으로 1994년 호암갤러리에서 소개되었다. 당시 출품된 <마릴린 몬로 Marilyn Monroe>(1962)는 대표적으로 소개된 워홀의 작품이 였고, 이와 함께 캠벨스프, 코카콜라병,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 리즈 테일러(Elizabeth Rosemond, 1932~2011),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1929~1994)초상을 팝아트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워홀소비 트렌드를 자신만의 방식과 개성으로 돋보이게 한 팝스타예술가 

  

    

앤디 워홀,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 자켓


<보그 Vogue>, <하버스바자 Harper's Bazaar>와 같은 패션잡지의 일러스트, 상업미술가로 활동한 워홀은 카드디자인, 광고캠페인, 구두광고, 디스크자켓, 초상화 삽화 등을 제작하면서 그의 팝아트는 시작됐다. 워홀 특유의 상업적 마인드와 전략은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소비사회의 현실을 담아내는데 유용한 경험이었다. 워홀의 활동 속에서도 특히, 개인의 소비상품은 중요한 수단이자 표현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경험한 환경의 일부가 개인의 정체성이 되고, 일상으로 자리 잡는 것처럼, 워홀에게도 그의 경험이 소재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러한 한 예가 록음악밴드, 1964년부터 활동한 벨벳 언더그라운드 음악 창작과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워홀은 바나나 이미지로 소위, 바나나 앨범으로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나는 소비의 아이콘이면서매력적인 소비자이다.


스티븐 베로나가 촬영한 토마토 스프에 빠진 앤디 워홀 


워홀은 바나나뿐만 아니라 캠벨스프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그의 아이콘이다. 20여 년 간을 한결같이 캠벨스프 토마토 맛을 즐겨 먹었다.       


누구나싼 가격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캠벨 스프     


워홀은 1964년, 10월 뉴욕 비앙키니 갤러리(Bianchini Gallery)에서 《미국의 슈퍼마켓》에 캠벨스프와 브릴로 박스를 전시하였다. 전시공간에는 달걀, 과일, 수박, 캠벨스프 등 각종 슈퍼마켓에 판매하는 제품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사이 캠벨스프를 집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은 슈퍼마켓에서 내일 먹을 음식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는 지금 갤러리이다. 당신은 슈퍼마켓이라 생각하는가? 


비앙키니 갤러리에서, 앤디 워홀


 워홀은 슈퍼마켓의 풍경을 갤러리공간으로,  

코카콜라캠벨스프를 워홀브랜드로     


앤디 워홀, <캠벨의 스프캔>, 1962


미국에서 1962년은 워홀의 해였다. 슈퍼마켓에 파는 것을 소재로 삼은 워홀을 생각해보면. 1962년의 첫 번째 팝아트 전시 장소였다. 패러스갤러리(Ferus Gallery)에서의 캠벨스프 전시는 그를 워홀리즘의 신화로 만든 신호탄이다. 워홀을 대표한 <캠벨의 스프캔 Campbell's Soup Cans>(1962)는 워홀의 대표작품이다. 흰색과 빨간색의 포장디자인으로 32개가 배치되었다. 워홀은 이를 캠벨스프를 광고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한다. 또 그 하나가 <100개의 캔 100 cans>(1962)이다.        


1940년대 캠벨스프 광고

워홀의 캠벨스프는 상업광고인지 혹은 이것이 예술인가를 단정 짓기가 애매하다. 실제 캠벨스프 광고가 워홀의 캠벨스프와 뚜렷한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 속에 1940년대의 캠벨스프 광고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시키는 광고홍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빼고 말이다. 이 광고만 보더라도 캠벨스프로 20년 넘게 고품질의 토마토와 야채 통조림, 수프, 젤리, 조미료 및 다진 고기가 우리의 시선을 매료시킨다. 통조림 형태, 버섯, 치킨누들 등이 지속적으로 캠벨스프로 출시하면서, 신상스프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희소식이다. 모두가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도 한국에서도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캠벨스프. 만약, 워홀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워홀의 스프”로 칭할 것이다.      



슈퍼마켓과 워홀의 발견      


앤디 워홀, 슈퍼마켓에서

사진속의 슈퍼마켓에서의 워홀의 모습은 대량소비로 구매 할 수 있는 만큼 값이 싸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의점, 대형마트행사 1+1이벤트가 여기서 나온게 아닐까? 캠벨스프를 담아내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워홀의 두 손 가득한 캠벨스프의 양은 한사람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을 넘어서 대용량을 담아내고 있다. 보복소비를 하듯 워홀의 손에 담겨진 그의 다부진 욕심이 보인다. 또 한 장의 사진 속의 워홀은 시선은 우리를 향해있다. 장바구니를 가만히 들어다보면, 브릴로 박스, 코카콜라, 하인즈 케첩, 캠벨스프, 콘플레이크를 구매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듯, 얼마만큼 구매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수많은 브릴로 박스가 대형마트, 슈퍼마켓의 진열장에 배치되기 전 포장된 상자와 같이, 브릴로 박스 전시, 코카콜라 전시, 워홀의 소비상품 간접광고와 같은 예술의 아이러니, 그게 팝의 솔직함이 아닐까?      


코카콜라 소재로 한 시리즈 중 <녹색코카콜라병 Green Coca-Cola Bottles>(1962) 역시도 캠벨스프와 마찬가지로 실크스크린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코카콜라 로고 위에 단일하게 배치된 112개의 녹색 코카콜라 병을 가까이서 보면, 다소 손상된 이미지로 동일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광고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학적으로 원본과 복제사이의 진위논란을 가리는 문제를 떠나서, 코카콜라는 가장 미국적인 상징이자 문화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코카콜라 광고하면 흔히 우리는 캠벨스프와 같이 강렬한 빨강색으로 색칠된 띠에 흰색 로고와 특유의 강렬함이 인상적일 것이다. 특히, 미국적인 환경에서 가장 미국적인 메시지와 소비상품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워홀의 코카콜라는 대중을 주목시키는데 적합한 소재일 수밖에 없는 상징적 아이콘이자, 자신의 예술을 알리는 수단이 되었다.    


앤디 워홀, <녹색코카콜라병>, 1962

 

워홀의 소비는 우리가 원하는 소비상품이었다

 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다.”

 

<66개의 미국풍경> 장면 중에서, 앤디 워홀


워홀의 선택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워홀의 소비방식과 그 과정은 햄버거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덴마크 영화제작자 요르겐 레스(Jørgen Leth)가 찍은 <66개의 미국풍경 66 Scenes from America>(1982)의 한 장면 중에서 워홀의 먹는 퍼포먼스 행위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가 우리에게 '오늘 나는 버거킹을 먹었다. 당신도 오늘 지루하게 매일 같은 점심을 먹고 있나' 라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의자에 앉아 약 4분간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앤디 워홀이다. 나는 단지 햄버거를 먹었다.”  



앤디 워홀 워홀+브랜드 인플루언서     



앤디 워홀,  캠벨 스프 쇼핑


그래서 워홀의 소비는 자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워홀은 획일화되고 있는 소비시스템과 소비상품으로 우리를 이것과 함께 획일화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 소비의 대상을 예술로 만들었다. 소비대상을 예술이라는 수단과 결합하여, 대중들에게 이색적인 예술로 그들에게 획일적인 소비문화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우리의 소비취향에 변화를 준 워홀의 파급력은 인플루언서와 맞닿아있다. 코로나 팬데믹속에서도 2021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2021)전시를 방문하는 그의 구독자들이 그를 보러, 그리고 그의 팝아트 상품들을 소유하러 방문을 한다. 워홀의 전시를 관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SNS후기와 사진을 기록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지금까지도 앤디워홀의 전시는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는 예술가이자, 수 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이끌고 있는 인플루언서이다. 더욱 우리는 워홀리즘의 신화 속으로 빠져들며, 그를 안다는 것에. 즐거움을 가진다. 지금까지도 소비를 특별하게 만든 앤디 워홀의 전략은 우리에게 통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미술의 의미는 깨진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예술이 일상에 들어왔다.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들이 예술이라니. 워홀이라는 브랜드는 평범한 일상. '날 것 그대로' 예술이 될 수 있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린다. 우리도 한번쯤은 워홀처럼 진부한 일상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삶에 변화를 꿈꿔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전 02화 백남준(Paik Nam Ju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