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by 도토리



마흔을 향해 갈수록,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진다. 가장 많이 하는 건 후회다.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몰빵을 했어야 했는데.’

갭으로라도 하나 사 뒀어야했는데.’
‘겁먹지 말고 질러버릴걸.’


지난 일에 대한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이상하게도 돈과 집, 그리고 시간의 문제는 유난히 마음을 오래 잡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감정은 더 커진다.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아쉽고, 조금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 같은 미안함이 따라온다.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교육, 더 넓은 세상. 그런 걸 보여줄 수 있었는데. 왜 나는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전세 대신 매매를 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값을 주고라도 그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
'코인이라도 좀 할걸.'
'그 주식 안 사고 뭐 했을까.'


하지만 돌아보면, 참 웃긴 생각들이다. 백 번을 되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내 머리가 다 자란 줄 알았고, 그 순간의 최선으로 살았다. 그때의 나도 머리 싸매고 고민했고, 삶을 걱정했고, 나름의 불안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결국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내린 수많은 ‘최선’의 결과다.


그러니 이제, 그 시절의 나를 용서해야 한다. 후회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과거의 나를 그만 미워하자.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괴로운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지나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 푸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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