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꼬인 날
아침부터 뭔가 이상한 하루였다.
현관에서 아이는 신발이 잘 안 신겨진다며 짜증을 냈고, 나는 그 짜증에 "좀 보고 신으면 되잖아!" 하며 더한 짜증으로 응수했다.
지하주차장에서는 갑자기 주차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허둥지둥 댔고 가방 안에 당연히 있을 거라 믿었던 차키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내 앞에 10명 남았는데…” 하는 생각이 목까지 차올라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그놈은 우리를 조롱하듯 27층까지 올라가 버렸다.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겨우 시동을 걸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신호란 신호는 다 걸리고, 우회전을 해야 하는 내 앞에 느긋한 직진차량이 서 있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내 앞에 순서는 빠르게 줄어가고, 어느새 '5번째니 병원에서 대기하라'는 알람이 떴다.
겨우 도착한 병원 건물인데, 주차자리가 없어 지하 4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초스피드로 한 번에 주차를 하고 아이 손을 잡고 뛰었는데, 학원 가는 중고등 무리들에 섞여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 한다.
접수창구에 서서 ‘뚝딱이요’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내 앞사람은 보험 서류를 청구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나는 아이 손을 잡고 초조함을 억누르며, 그저 조용히 발만 구르며 기다렸다. 아이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서 소설책을 읽고 있고, 나는 얼른 병원을 갔다가 피아노 학원에 내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다 갑자기 불길한 휴대폰 알림이 울리고, 나는 좌절했다.
'저 여기 있는데, 여기 접수처에 있는데!"
이미 취소된 건 어쩔 수 없다 한다.
다시 내 앞에 22명.
1시간이 지나니 겨우 14번째.
유료구독하는 병원 예약 어플 하나 제대로 활용 못 하고, 2시간을 기다려 1분을 진료 봤다.
나라의 저출산이 심각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소아과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다.
어느새 깜깜해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참... 쉽지 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