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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22. 2024

감정의 유형

감정들을 여러 가지 무리로 나누어 놓아 봄

[4] 감정의 구체적 유형     

감정은 의식에 관한 감성적 반응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만, 감정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데에는 흔히 문화와 관습의 학습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예컨대 독일에서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 곧 [잘코사니]를 가리키는 [샤덴 브로이데(Schadenfreude)] 같은 감정의 표현이 영어 ∙ 프랑스어 ∙ 이탈리아어 ∙ 스페인어 ∙ 포르투갈어 ∙ 폴란드어 등에는 없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비단 국가적인 차이뿐만이 아니고 한 언어권, 한 관습권 안에서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여러 가지 감정 자체는 있는데도 이런 감정을 가리키는 개념이나 낱말이 아예 없거나 다를 수도 있는 반면에 개념이 분명 다른데도 같은 낱말로 나타내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래서 앞으로 감정의 여러 구분에 따라 부르는 정취와 정동, 정감과 정애 등에도 같은 표현의 낱말이 쓰이는 일이 많다는 점을 미리 초들어 두는 바이다.  

   

감정의 여러 가지 형태

감정의 동아리맞선 감정/닮은 감정/감정의 질량/겹침/

감정 사이의 관계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열거해 본다. 

    

닮은 {동형(同形)}감정

하나의 감정이라도 양적 차이나 질적 차이에 따라 몇 가지의 다른 형태차이가 포함된다.

특히 이러한 차이를 나타내는 낱말들이 발달해 있는 우리말과 한자어의 예를 몇 가지 적어본다.

[예]

기쁨: 환희ㆍ희열ㆍ환열

실망: 낙망ㆍ절망.     


비슷하지만 이름이 다른 감정들{동감이명(同感異名)}

혼동이 일어날 정도로 비슷한 감정을 가리키는 말들.


우리말의 감정에 해당하는 한자어의 예

 슬프다 [哀ㆍ悲ㆍ愴ㆍ悵ㆍ惊ㆍ怛ㆍ恫ㆍ憯

 기쁘다 [喜ㆍ歡ㆍ憘ㆍ憙ㆍ悅ㆍ怡ㆍ欣ㆍ僖

 가엽다ㆍ불쌍하다 [惻ㆍ憐ㆍ憫ㆍ恤

 놀라다[놀라다ㆍ깜짝 놀라다 [驚ㆍ戄ㆍ戃ㆍ愕ㆍ瞿ㆍ唇ㆍ駭

 사랑하다 [愛ㆍ戀ㆍ慈ㆍ悲ㆍ仁ㆍ寵ㆍ嬖

 분하다 [憤ㆍ忿ㆍ抑鬱ㆍ怨ㆍ恨

…………

♣특히 색깔이나 맛에 관한 우리 말의 표현은 아주 다양하다.


[예] 다만 어미(語尾)나 어감의 차이에 따라 같은 의미의 낱말이 거듭 쓰인 경우도 있음.


하양새하얀ㆍ새하얗다ㆍ허옇다ㆍ히끄므레하다ㆍ하얀ㆍ하얗다ㆍ희유스름하다ㆍ흽스름하다ㆍ히끗히끗하다ㆍ허옇다ㆍ희끄므레하다ㆍ히뿌연하다ㆍ허여멀겋다ㆍ허여멀건하다.

검정:  새까맣다ㆍ꺼멓다ㆍ거무스름하다ㆍ검은ㆍ새까만ㆍ까맣다ㆍ새까맣다ㆍ시커먼ㆍ시커멓다ㆍ검다ㆍ거뭇거뭇하다ㆍ까무잡잡하다.

빨강: 벌겋다ㆍ볼그스름하다ㆍ불그죽죽하다ㆍ 불긋불긋하다ㆍ빨갛다ㆍ새빨갛다ㆍ뻘겋다ㆍ붉으데데하다ㆍ빨간ㆍ새빨간ㆍ 새빨갛다ㆍ시뻘건ㆍ시뻘겋다ㆍ붉다ㆍ불그레하다ㆍ발긋발긋하다ㆍ

파랑: 새파란ㆍ새파랗다ㆍ퍼렇다ㆍ푸르스럼하다ㆍ파란ㆍ시퍼런ㆍ시퍼렇다ㆍ파랗다ㆍ파릇파릇하다ㆍ푸르다ㆍ푸르둥둥하다ㆍ푸르스름하다.

노랑: 노랗다ㆍ노르스름하다ㆍ노릇노릇하다ㆍ노리끼리하다ㆍ노릿노릿하다ㆍ놀놀하다ㆍ누렇다ㆍ누릇누릇하다ㆍ누리끼리하다ㆍ샛노란ㆍ샛노랗다ㆍ샛노랗다ㆍ누렇다ㆍ누르스럼하다ㆍ노란ㆍ싯누런ㆍ싯누렇다.   

  

정도가 다른 감정

감정에는 질과 양, 특히 양의 정도에 관한 표현이 적지 않다. 이를 표현하는 우리 말의 부사어로 “되게ㆍ되우ㆍ매우ㆍ몹시ㆍ북받치다ㆍ퍽” 등이 있다,


되게: 되게 분하다 되게 서운하다 되게 좋다

되우: 되우 아프다 되우 싫다

매우매우 좋다 매우 괴롭다

몹시몹시 아깝다 몹시 춥다 몹시 슬프다

북받치다: 슬픔이 북받치다

퍽 궁금하다


한자어로는

통(痛): 비통ㆍ애통ㆍ절통ㆍ침통ㆍ통렬ㆍ통분ㆍ통석ㆍ통쾌ㆍ통탄ㆍ통한)

격(激): 격노ㆍ격분ㆍ격심ㆍ격정)ㆍ

열(熱): 열통ㆍ열애)ㆍ

열(烈): 열망 ㆍ열애ㆍ열정)”

등이 쓰인다.     


양면 감정양가감정

같은 대상, 또는 같은 정세에서 서로 다르거나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같이 느낌. 학계에서는 이 개념을 처음 발표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블로일러(E. Bleuler)의 용례에 따라 조현증(정신분열증: schizophrenia)’환자의 특성으로 초들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감정은 일반일들에게서도 흔히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대상에 관한 정세의 분야는 아주 다양하고 이런 다양한 정세에 다 같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예컨대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일장일단이 있어서 용모는 잘생겼는데 딴눈을 팔면 용모에 대해서는 매력이라는 정애를 느끼지만 그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어 신뢰도에 대해서는 원망이라는 정애를 동시에 품을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엇갈리는 정애가 발생한다. 


성적이 나쁜 자녀를 보는 어버이가 자식으로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과 동시에, 공부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실망할 수도 있다.     


맞선{대립(對立)}감정

하나의 반응 순간에 정세에 대한 의식[당사자의 의식]의 긍정성과 부정성에 따라 서로 대립되는 감정 ⸺기쁨에 슬픔이. 즐거움에 괴로움이, 반가움에 떼시[꺼림찍하여 두렵고 싫음]함이, 좋음에 싫음이, 사랑에 증오⸺ 이나 비슷하지만 다른 감정 ⸺부러움과 강샘, 미움과 싫음, 무서움과 호기심⸺ 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대립 감정의 표현이 관습적, 문화적 학습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이를 나타낼 낱말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기쁨↔슬픔ㆍ즐거움↔괴로움ㆍ반가움↔서운함ㆍ존경↔경멸ㆍ사랑함↔미워함ㆍ좋음↔싫음ㆍ불안↔평온ㆍ씩씩함↔비겁함ㆍ괴로움↔즐거움 

    

이름이 겹치는 감정

[같은 말 겹침]같은 개념을 나타내는 낱말을 겹쳐 쓰는 감정들.

희열[喜悅: 기쁨]ㆍ애정[愛情: 사랑]ㆍ공포[恐怖: 두려움]ㆍ비애[悲哀:슬픔]


[다른 말 겹침]구별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감정을 겹쳐 부르는 낱말들.

비애[悲哀: 슬프고 서럽다]

희락[喜樂: 기쁘고 즐겁다]

자비[慈悲: 가엽게 여겨 사랑함]

비참[悲慘: 슬프고 끔직함]

애석[哀惜: 슬프고 아깝다]

경탄[驚歎: 놀라 감탄함]

경모[敬慕: 존경하고 그리워함] 

    

만들어 내는 감정감정의 조작.

감정을 능동적으로 불러 일으킴

사람은 감정을 수동적으로 느낄 뿐만 아니라 감정을 능동적으로 불러일으켜 느낄 수도 있다. 이는 감성이 의식의 지배 아래에 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곧 의식적으로 일정한 목적을 설정하고 실행하여 이를 성공시키면 쾌감을 느끼고 실패하면 그 결과에 따라 당연히 불쾌감이 유발된다.


예컨대 앞날을 예측하기 위한 관념적 규정을 설정한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행운이 깃들지만, 뒷면이 나오면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 규정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그는 기쁨을 느낄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그는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 자신이 만든 규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흔하게 이러한 방법을 써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정을 바꿈

의식은 주관에 따라 넓은 폭으로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감정도 바꿔 느끼게 할 수 있다. 기대 수준의 기준을 바꾸면 부정적 정세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돌릴 수 있다. 감정은 성취가 높다고 믿어질 때 기쁨을, 성취가 실패했다고 의식 될 때 괴로움과 슬름이 유발된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고착된 것이 아니므로 기준을 낮추면 실패가 성공이 될 수 있으므로 자의적으로 기대값을 높이거나 낮추면서 ―예컨대 입시 대학을 S대에서 P대로 바꿈―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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