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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29. 2024

도깨비(獨脚鬼)

한국의 괴물

[한국 신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귀.  


옛날에는 도까비라고 불렀으며 지방에 따라서 도까비·도채비 등으로도 불리고 한자로는  허주(虛主) /독각귀(獨脚鬼) 이매(이魅) 망량이라고도 한다.  


특히 도깨비의 원이름으로 보이는 독각귀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 밖에 없다고 한다.


귀신은 사람이 죽은 다음 그 영혼이 변해서 되지만 도깨비는 자연물이나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용구로 사용하다가 버린 빗자루와 부지깽이, 짚신·절굿공이·체·키·솥, 깨어진 그릇, 방석 등과 같이 사람의 손때가 묻은 것과 여성의 혈액이 묻었던 것이 변해 된다.

그때문에 그 모양과 생김새도 갖가지여서 홑이불도깨비·멍석도깨비·강아지도깨비·장수도깨비·굴러다니는 달걀도깨비·불을 켜고 다니는 등불도깨비 등이 있다.  


또  차일(遮日)도깨비는 차일처럼 넓게 생겼는데, 하늘에서 사람의 머리 위를 덮어씌운다고 한다.  


청(靑)도깨비, 흰도깨비, 황백색 도깨비 등 그 몸빛깔도 여러 가지다.  


우리나라에는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가 나타나 심술을 부리기에 칡덩굴로 묶어놓고 다음날 가보았더니 헌 빗자루 하나가 묶여 있었다거나, 나그네가 밤길을 가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부지깽이 하나를 안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 도깨비와 싸우다가 이겨서 묶어 놓고 다음날에 그 장소에 가 보면 쓰다버린 부지깽이, 빗자루, 방앗공이에 피나 땀이나 때가 묻은 것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삼국시대 귀문와(鬼紋瓦)에 나타나 있는 도깨비는 산발한 머리에 뿔이 나 있고 크게 불거진 눈을 부라리며 유달리 큰 입을 딱 벌리고 있는데 날카롭고 긴 이빨이 드러나 있다. 몸에는 사자나 원숭이 같이 털이 나 있으며 손톱·발톱이 길다.  


키가 너무 커서 옷을 못 해 입고 백지로 가릴 곳만 가리고 있으며 오랫동안 지하에서 살아 옻칠한 것같이 새까만 마른 외다리로 껑충껑충 뛰어 다닌다고 한다.  


도깨비에는 또 불도깨비·거인도깨비 등과 같이 볼 수 있는 도깨비가 있는가 하면 형체는 보이지 않고 사발 깨지는 소리, 말발굽소리, 기왓장 깨지는 소리 같은 소리만 내는 보이지 않는 도깨비도 있다.  


도깨비는 사람의 성정과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 그들은 사람처럼 먹고 마시며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던지면서 장난을 하는가 하면 흥겨운 가무를 즐기며, 씨름과 놀이에 몰두한다.

이밖에도 제주도의 도깨비인 영감은 돼지고기나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 등을 즐겨 먹으며, 또한 해녀나 과부 등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따라붙어 병을 주거나 밤에 몰래 여자 방을 드나들기도 한다.  


도깨비는 귀신의 일종이지만 인간의 혼령이 변해 된 악귀처럼 인간을 괴롭히거나 살해하는 일은 거의 없다.


도깨비는 신출귀몰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린이·거인·노인·총각·아리따운 처녀나 소복을 입은 청상과부 등의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 일도 흔하다.  


도깨비는 또 초인적인 괴력(怪力)을 지니고 있어서 큰 산이나 큰 바위를 굴리거나 옮기며 단숨에 다량의 물을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깨비에게는 신통력과 괴력 이외에도 신기한 요술 연장들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도깨비 감투나 도깨비 방망이, 그리고 입으면 보이지 않는 마법의 등걸이 등이 있다.  


사람도 도깨비감투나 등거리를 얻어 착용하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도깨비의 등거리를 얻어 입고 시장에 드나들면서 물건과 돈을 훔쳐오는 등 재미를 보았다. 사람들은 물건이 저절로 없어지고 돈이 없어진다고 야단법석이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잘못하여 등거리 귀를 태우고 말아 그곳을 빨간 헝겊으로 기웠는데 그 통에 발각되어 잡히게 되었다고 한다. 또 도깨비방망이는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원하는 것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일정하지가 않으나, 수백 년 묵은 고목이나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나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우거져 있으며 개울물이 흐르는 음침한 계곡, 동굴, 덤불이나 산길, 또는 들판·옛 성터, 묘지, 주인이 살지 않는 절간이나 헌 집 등 인적이 없는 흉가나 폐가 등에 살며 그러한 곳에서 생활한다.   


도깨비는 어두운 때나 밤에 주로 나타난다. 낮이라 하여도 궂은비가 부슬부슬 내려 어두컴컴한 때 나타나기 때문에, 속담에 ‘도깨비 놀기 좋은 날이다.’, ‘김서방 올 것 같은 날이다.’라고 한다.  


도깨비를 김서방이라고 하는 것은 도깨비가 아는 사람의 성이 김서방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가 오거나 안개낀 날과 같이 궂은 날이나 어스름 달밤에 사람이 좀처럼 내왕하지 않는 곳에 집단적으로 나와 풍악소리에 맞추어 손발 장단을 치면서 저녁 때부터 새벽까지 소란스럽게 춤추고 논다고 한다.  


그러다가 새벽이 되어 닭이 울거나 종소리가 나면 활동을 멈추고 사라진다. 어쩌다 장날 장터 복판에 나타나는 수도 있으나 그러한 일은 매우 드물다.


또 그들은 흔히 심술궂은 장난을 매우 좋아한다. 논에 개똥을 가져다 놓는다든가, 밤 사이에 가구를 엎어 놓고, 국수를 산에다 버리기도 하며, 반찬거리나 가구를 훔쳐가기도 한다.  


장에 갔다오는 사람에게 씨름을 청하여 하나뿐인 다리 때문에 자꾸 져도 끈질기게 덤빈다든지, 잔치가 벌어진 집에 나타나 솥뚜껑을 솥 안에 우그려뜨려 넣고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도깨비는 신통력이 있고 신출귀몰하는 재주가 있으면서도 한편 사람에 비해서는 꾀가 없고 미련하며 어리석은 데다가 순진해서 인간들이 하는 말을 잘 믿는데 그러다가 영약한 인간들에게 속아 이용당하는 일도 많다.


도깨비의 미련함과 순진함을 이용하여 재물을 얻거나 이득을 보는 이야기는 흔히 들을 수 있다.  


혹 때문에 노래를 잘 한다 하여 도깨비 방망이를 혹과 바꾼 이야기,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를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도망친 도깨비 이야기, 한번 돈을 꾸어주었더니 매일 저녁 꾼 돈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이러한 예화이다.  


순진한 도깨비는 인간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화가 나서 사람에게 심술을 부리려고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인간의 농간에 또 속아넘어가는 일도 종종 있다.


인간과 신의로써 사귀고 싶어하는 도깨비가 방망이를 이용하여 친구가 된 사람에게 금은 보화를 만들어주어 벼락부자가 되게 하는 일도 적지 않은 반면에 부자를 하루 아침에 가난뱅이로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존재인 도깨비는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소박성(素朴性)과 해학성을 지니고 있으며, 지혜롭고 도덕적이어서 매력적인 한국 특유의 잡귀이다.          


[출처] 도깨비(獨脚鬼)|작성자 예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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