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감 ep.14 방수 이야기

by Celloglass

집이나 건물이 있다면 늘 골칫거리는 방수다. 지붕에 직접 방수를 해서 유지관리해야 된다면, 차라리 덮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옥상에 평상 하나 두고 고기 파티를 하거나 개인 정원으로 가꾸기를 꿈꾸던 시간은 누수와 함께 모두 사라진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교외로 나갔던 사람들이 잡초와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누수의 고통은 몇 배는 더 크다. 최악은 그 전원생활이 누수와 함께 시작될 때다. 그 순간에는 집을 부숴버리고 싶을 것이다.


물은 고이면 샌다. 평지붕이나 베란다에서 주로 발생한다. 위층과 아래층의 면적 차로 생긴 공간을 흔히 테라스라 부르지만, 정식 용어는 베란다가 맞다.


우리네 방수는 대부분 노출된 형태다. 지붕 바닥을 청소한 뒤 여러 과정을 거쳐 흔히 보는 녹색 우레탄 방수를 하거나, 회색으로 마감하기도 한다. 면적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문제는 이 방수제가 자외선에 약하다는 것이다. 표준 시방서를 보면 대부분 ‘누름 콘크리트’라는, 방수층 위를 콘크리트로 눌러 보호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대형 건물 옥상에 3m 간격으로 홈이 파인 바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과 추위로 인한 팽창·수축을 흡수하기 위해 미리 절개선을 넣은 것이다. 하지만 소형 건물은 비용 문제로 노출 방수를 많이 한다.


단독주택이라도 유명 건축사들이 지은 집들을 보면, 지붕에 콩자갈을 깔거나 방수층이 노출되지 않게 처리한 경우가 많다. 방수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 원리를 알지 못하니 짧게는 2~3년 만에도 누수를 겪고, 수백만 수천만 원의 방수 보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비용 절감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라는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은 수십 가지 공정이 모여 완성된다. 각 공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맡는다. 문제는 대부분이 남의 공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일만 빨리 끝내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려 한다는 점이다.


방수 공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붕 청소 중 우수관을 막아버리는 일이 흔하다. 베테랑은 장갑 같은 걸로 임시 마개를 해두지만, 무지한 작업자는 온갖 쓰레기를 밀어 넣는다. 실제로 우수관이 막혀 빗물이 역류하는 사례가 많다.


건축주도 관리가 필요하다. 주택에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주변에 높은 나무가 없어도, 지붕에는 늘 낙엽이 쌓인다. 이 낙엽이 비와 바람에 쓸려 내려가 우수관을 막는다. 그러면 물이 고이고, 누수는 다시 시작된다. 결국 방수보다 중요한 건 배수다. 그리고 배수는 건축주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요즘은 비용 문제와 시공 편의성 때문에 노출 방수를 많이 쓴다. 하지만 경험상, 어떤 방수제든 보호되지 않으면 자외선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다.


평생 하자를 안고 살고 싶지 않다면, 투자해야 할 부분에는 확실히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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