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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민원인 01화

민원인 ep.1

民願人

by Celloglass
민원인.
民願人.
행정 기관에 민원의 처리를 요구하는 자연인 또는 단체.
"민원인"이란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개인ㆍ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


사전적, 법률적 의미의 민원인이란, 민원을 제기하는 자를 통칭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성명ㆍ주소 등이 불명확하지 않은 이상
누구나 ‘민원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사’ 가 들어가는 직업들은 전문직으로 분류한다.
‘사’ 자들은 대부분 공공기관에 귀속된 업무를 업으로 한다.


대우를 받지는 못하지만,
나도 ‘사’ 자다.


늘 시청, 구청과 대화를 많이 한다.


전화로. 때로는 대면해서.


그런데,
가끔 행정기관에서는 ‘갑’의 역할을 하고,
‘사’ 자에 속한 이들은 ‘을’이 되곤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 직원들은
전화도, 대면 협의도 힘들어한다.


반대로,
구청을 돌아다니며 잡다한 일까지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담당자의 업무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문서 수발부터,
납부 세금이 있을 경우
바로 지로용지를 수령해 납부하고,
증빙서류를 다시 제출하기도 한다.


각종 서류를
담당자 스타일에 맞춰 정리해놓기도 한다.


누군가 내 잡무를 처리해 준다면,
일의 효율은 분명히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공무원이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가와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선서한 공무원이다.


일반 직장인이 아님에도,
그들이 행정 주체자가 되면
‘갑’으로서 위엄을 다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법률상 신원불상이 아닌 ‘자연인’이 문제를 제기하면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뀐다.


그러다
본인들이 답변을 하기 어렵거나 곤란한 경우,
‘자연인’을 대리하는 ‘사’ 를 부른다.


전문가와 대화가 편해서?
아니면, 본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아주 종종
법, 시행령, 시행규칙, 행정규칙,
관련 부처의 가이드라인과 지침 등의 변경 사항들이
온갖 이름으로 수시로 내려온다.


가끔은 해석이 어려운 내용도 많다.


조금만 다른 각도로 문구를 보고 있노라면
발이 달린 듯 움직이며
다른 규정과 충돌도 하고,
한 바퀴 돌고 나면
전혀 다른 뜻으로도 읽힌다.


그런 경우,
‘사’ 들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면 결국,
소위 '허가권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본인들도 헷갈리기 일쑤 거나,
바쁜 나머지 그 내용조차
확인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이는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담당자도 있다.


반면에
“그건 ‘사’ 에게 물어보세요.”
하고 퉁명스럽게 말문을 막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나도 모르겠어서 물어보는 건데요?"


이 부분은
관련 부처에 질의를 해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의 취지는 얘기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허가권자에게 문의하세요.”


관할 지자체마다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용해야 된다는 취지이나,
20년 넘게 지켜본 바로는…

핑퐁게임인 경우가 더 많다.


‘사’ 가 민원인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행정 처리는
늘 더디기만 하다.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 도
‘자연인’들의 위임을 받아서 수행함에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어떠한 사유 없이
'민원인'이 되지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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