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전족 Urban-binding #7

ep.6 우리의 학교

by Celloglass

어느 날, 유명 건축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주변에 상가를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순간,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왕따.
학교폭력.


이 단어들은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을 만큼 이슈화됐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그 제안은 제도의 변화로 자정 작용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건축가라면,
사회 문제를 공간과 배치로 풀어내려는 시도야말로
가장 멋진 일이다.


하지만 실현되진 못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 행정의 현주소다.


법을 고쳐야 한다면 입법을 추진하면 될 일이고,
기존 지역에 적용이 어렵다면
정부 부처와 LH, 지자체, 교육청이 함께 협의해서 신도시부터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의 공무원은 그러지 않는다.


늘 새로움은 배척된다.


“원래 그랬어요.”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가능성이 꺾인다.


늘 해오던 대로만 한다면
이 사회에 변화는 없다.


정작 본인들도 부당한 규칙에 대해
살면서 수없이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일이 되었을 때는
예외 없이 관행을 따른다.


모든 행정기관이
자신의 영역에 ‘예외’를 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늘 하던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새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공개한다고 해 시청해 본 적이 있다.


산업재해에 대한 질의에
국토교통부, 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 소관이 다 달라
대통령조차 헷갈려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게 우리의 정부다.
그게 우리의 행정기관들이다.


어떤 사안을 처리하려 해도
관할 부서가 한군데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


해당 부서에 물어보면
“그건 다른 부서 소관입니다.”
다시 다른 부서에 가면
“그건 원래 처음 문의하신 곳에서 해야 합니다.”


누구나 행정 민원을 처리하며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더 밝게 만들 순 없을까.


차라리 담장을 허물어보면 어떨까.
스스로 감시하고, 자정 할 수 있게 해 보면?


외쳐보았자, 달라지는 건 없다.


교육청.
지자체.
국토교통부.
교육부.
국회.


핑퐁게임만 반복될 뿐.
민원을 낸 사람은 결국 지쳐, 입을 다물게 된다.


정부조직법을 고치든
대통령 직속 TF를 만들든,

국민이 제기한 의견이 타당하다면
누군가는 그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넘길 심산인가?


모든 산업기술이
융합과 AI로 통합되는 시대다.

그런데도 내로남불 행정방식을 고수한다면,
이 사회가 변화와 혁신을 겪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 조직부터
지자체 각 부서에 이르기까지,

통합 행정이 여전히 어렵다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담장은
점점 성벽이 되어갈 것이다.


나는 언제가


그 성벽이 무너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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