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전족 Urban-binding #6

ep.5 불편한 동거

by Celloglass

주택공급은 늘 정치권의 이슈다.

표를 얻기 위해서인지, 환심을 사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빠지지 않는 공약이다.


이미 수십 년 전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주택자는 늘어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으니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노후화된 주택과 불량 주거 형태는 여전히 존재한다.


생활패턴 변화로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한다.
삶의 형태가 변하니, 그에 맞는 주택 수가 부족해진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주택공급이 주요 화두이자 핵심공약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생겼다.
민간 주택을 건설할 때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고,

추가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 기부채납하게 한다.


추가 용적률의 절반은 민간임대주택의 혜택으로 부여하는 제도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추가 용적률을 적용받아 아파트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으니,

도시 곳곳에 혼합 주거 형태가 난립하게 된다.


이로 인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용도지역의 균형 파괴다.
도시계획으로 계획된 용도지역에 섞이지 못하는 용도지역이 생기게 된다.


주거 밀집지역 인근에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이 생기며,

주거 밀집지역의 일조권 등 생활권리를 침해한다.

물론, 심의단계에서 일조권 분석등의 행위는 이뤄지지만

당초 계획된 지역지구 설정에 반하는 계획임은 분명하다.


분양 또는 임대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본인들의 사는 공간을 건설하는 게 아니다.

민간임대주택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반 분양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그들은 사업성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공공정책이란 이름으로 그들에게 해택을 주게 되면

그곳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들에게는 원치 않은 변화를 감내해야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 폭력이 행사되는 것이다.


둘째, 민간 임대와 공공 임대 간 불편한 동거다.
민간 임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공공 임대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이유는 집값일 것이다.


서울 중심부 아파트들은 커뮤니티 시설을

민간 소유로 규정해 공공임대 거주자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심한 경우 보행로를 구분하거나, 동을 분리해 펜스로 차단하기까지 한다.


주거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다.


주거는 삶이다.


공공이란 이름으로 차별을 받는다면,

정책은 무책임한 것이다.

정책가들의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켜본 바로는 본인들이 설정한 숫자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어떻게든 그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해 보인다.


주거를 공급한다는 것은 그곳에 생활할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는 행위다.
때론 새로운 주거 상품으로 제안하고,

때론 사회 변화에 맞게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한다.

충분한 준비와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공공정책은 늘 부작용에 시달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은 가속화되고,

어느 순간 도시계획이 무색해질 것이다.


공공이 민간의 권리를 침해하고,

민간은 공공을 멀리하게 된다.


결국 민간에 거주하는 이도,

공공에 거주하는 이도 모두 삶을 침해받게 된다.


성과를 위한 단편적인 정책은 멈추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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