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사랑하는 아들,
자립해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이었겠구나.
생일 전에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려 했는데 때를 놓쳐서 네가 알고 싶어 했던 참치김치볶음을 알려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미역국이 갖는 의미가 있어서 알려주려고 한다.
아빠는 네 나이 때 자취를 하면서 집에 찾아오는 후배들의 생일엔 꼭 미역국을 끓여줬단다.
타지에서 유학하는 사내 녀석들이 제 생일에 미역국을 대접받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정성 들여 생일상을 차려줬단다.
가난한 고학생이었지만 나름 머리를 써서 돈 안 들이고 반찬 개수라도 많이 올려서 밥상 가득히 차려줬었는데, 미역은 불려서 국도 끓이지만, 초장에 그대로 찍어먹어도 맛있으니 꼭 미역국과 초장에 찍어 먹는 불린 미역도 함께 올렸던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구나.
미역국을 끓일 때는 소고기를 다진 마늘이라 소금 간 해서 볶다가 연하게 익어가면, 물에 불린 미역을 넣고 다시 볶는단다. 이때 올리브유를 넣어서 볶으면 풍미가 확 살아나지.
미역이 젖은 상태라 불이 쌔도 타지는 않으니 최소한 3분 이상은 볶고 쌀뜨물을 부어서 끓어오르더라도 뚜껑을 열고 시간이 허용되는 한 더 끓이거라.
끓이는 걸 그만둘 때쯤 참기를 한 숟가락을 넣고, 다시 그릇에 담아낼 때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서 내놓으렴.
국은 오래 끓일수록 맛있으니까, 되도록 그 전날 끓여놓고 아침에 다시 한번 더 끓이는 게 맛이 좋단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미역국을 끓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일인데 미역국 한 그릇 못 먹었다 한탄하는 못난 삶을 살아서는 안될 것이다.
내 아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길 기도한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
사랑하는 아빠가.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