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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Aug 28. 2022

불안 길들이기

버릴 수 없다면 길들이기로


나를 키운  바람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어릴 적부터 불안이 심해서 온갖 것에 겁을 내었다. 버스로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외갓집에 가기  일주일 동안은 밤마다 차사고가 나는 꿈도 꾸었다.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는 것도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과업이어서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면 거의 심장마비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불안의 절정은 사랑을 시작하면서였다. 내 안의 불안은 타인의 감정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더듬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잠식했다. 지금 생각하면, 과연 그들이 나를 불안에 떨게 할 만한 사람들이었나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그때의 불안은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 버렸었다.


나는 왜 그렇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불안했던가. 심리학계에서는 고맙게도 똑똑하고 지능이 높을수록 불안감이 높다고 한다. 주변의 공포와 알람에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고 예민한(alert ) 상태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안은 호랑이의 발톱이나 사자의 이빨 같은 물리적 무기가 없던 인간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비밀 병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얼마간의 불안이 오늘의 나를 키웠다는 사실에 인정한다. 빈곤해질까 봐 죽기 살기로 일을 하고 ‘주류’에서 벗어날까 봐 최선을 다했다. 운동을 하고 홀로 공부를 하고, 그리고 마음을 챙기기 위해 산책을 하곤 했다. 세수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두세 시간씩 산책하며  억울하고 슬픈 구경희를 달래고 얼러서 새 힘을 채워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숭고한 산책길에,  혼자 오셨어요? 라며 들이대는 사람을 만나면 참 곤난하고 곤난했다.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호모 사피엔스로 존재하는  크고 작은 불안은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불안과 사이좋게 동거할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쪼개어 잘게 구분하고, 사소하고 구체적인 일을 구현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위안받는 것이 효과가 크다. 하나의 불안에 실타래처럼 엉켜 들어가는 것이 최악이다. 설거지를 ‘완성  말간 그릇을 보는 것도, 다림질을  말끔한 옷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었다. 무엇보다 걷거나 달리고, 때론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던 빡신 운동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욕망하는 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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