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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파랑 Oct 23. 2024

Day 7: 궁밭 첫번째 이야기, 대신철물점

#인터뷰 #어르신이야기 #농촌마을 


궁밭 이야기

 

드넓은 논이 펼쳐져있는 도고마을. 이곳의 옛 이름은 ‘궁밭’이다.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은 이 아름다운 마을을 궁밭으로 기억하고 계신다.


가을 햇살과 노랗게 물든 논 (copyright.솔파랑)


 대신철물점의 이윤신 할아버지도 궁밭의 풍경을 기억하고 계셨다. 대신철물점은 하나유리장식 맞은 편에서 7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궁밭의 터줏대감이다. 아버지의 철물점을 이어온 윤신 할아버지께 궁밭 이야기를 들었다. 


첫번째 이야기, 대신철물점

 윤신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합덕에서 궁밭으로 이사오셨다. 다 자빠지는 집이 있는데 그 집을 직접 고쳐서 칠남매의 단란한 거처를 마련하셨다. 어머니는 빵 장사, 두부 장사, 콩나물 장사를 하셨다고. 아, 윤신 할아버지는 칠남매 중 다섯 째이다.


 “삽교라고 들어봤어? 여기 역전이 신례원, 예산 그 다음이 삽교여. 거리상으로는 한 90리? 100리 못되여. 거기 우리 친척이 한 분 살았는데 호미도 팔고 낫도 팔았어. 그래서 보니께 잘팔려. 궁밭은 그런 게 없었어. 호미 10개, 낫 10개, 삽 10개를 가져다 팔았지. 그 때는 걸어서 다녔어. 갖다 놓으면 금방 팔려. 다 팔면 아버지가 삽교가서 친척한테 돈을 주고 또 갖다 팔고 그랬지.”


 지금이야 벼가 여물면 트랙터가 털털거리며 논을 돌아다니지만 어르신들의 부모님들은 호미와 낫, 삽이 필요했다. 윤신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삽교에서 가져온 농기구들은 이 삼일이면 금새 동이 났다. 1년쯤 지났을 때 아버지는 중고 일제 자전거를 사서 더 많은 농기구를 궁밭으로 가져와 팔았는데 그 때는 국산 자전거가 없어서 좋은 일제를 중고로 샀다고 한다. 그렇게 삽교와 궁밭을 오가던 아버지는 “대신 믓 철물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궁밭 최초의 철물점을 차렸다.


철물점 뒷광장에서 바라본 골목. 우측에 철물점이 있다. (copyright.솔파랑)


 철물점 바로 뒷편에는 골목이라기엔 넓고 광장이라기엔 아담한 공간이 있다. 역전에 기차가 다닐 때는 그 곳에서 5일장이 열렸다. 물건도 팔고 서커스도 왔다고 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는 마음으로 5일장을 기다렸을지 상상이 된다. 윤신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역전 이야기도 들었다. 


*두번째 이야기, 역전은 이번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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