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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파랑 Oct 16. 2024

Day 5: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시골살이 #명상 #집중

2024.09.28


여유롭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7시 반에 힘찬 트로트 노래 가락에 눈을 떴다. 이장님께서 7시부터 선곡하시는 노래를 들으면 웃음이 나고 힘도 난다. 이미 마을 어르신들은 진작에 일어나셔서 내게만 모닝콜인 노래. 새와 닭, 강아지, 풀벌레 소리로 가득한 도고에 잠깐이나마 노래가 울리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눈을 떠서 기지개를 켜고 트로트를 듣다가 침대를 벗어난다. 같이 취향살이를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시침이 10시를 넘어가고 있다. ‘바쁘게 무언가 하지 않아도 시간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도고에 지내면서 느끼는 점 중 한가지이다. 항상 명상을 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할 일이 솟아나고 휘몰아쳐서 번번히 실패했다. 잠들려 누워서도 할 일이 생각나서 핸드폰의 메모장을 켜는 일상이 반복되다 도고에 왔다. 그래, 도고에서는 할 수 있겠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도고에서 할 수 있다면 서울에서도 할 수 있겠지.


도고의 가을 노을 (copyright.솔파랑)


 <창작형 인간의 하루>를 읽다가 알게 된 말이다. 인도의 어느 명상가가 별게 명상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명상이라는 말. 밥먹을 때 핸드폰 보지 않고 밥만 먹고 글 쓸 때 카톡이나 인터넷 서칭을 하지 않고 글만 쓴다. 씻을 때도 음악을 듣지 않고 샤워만 하고 나오면 ‘아, 내가 뭐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 없이 할 일을 개운하게 마칠 수 있다.


 컴퓨터도 멀티 태스킹을 하지 못한다. 언뜻 보기에 컴퓨터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빠르게 수행하는 작업을 바꿔가면서 일한다. 즉, 슈퍼 컴퓨터도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컴퓨터도 하지 못하는 멀티 태스킹을 사람이 할 수 있을리 없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자꾸 왜 일을 한 번에 하지 못할까, 너무 느리다고 재촉할 필요가 없다. 나는 종종 자꾸 목표를 세우고 급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독촉하는 데 정말 웃긴건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나를 해치지 않는 만큼 속도 조절을 하자.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그저 꾸준하게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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