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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파랑 Oct 28. 2024

Day 9: 궁밭 세번째 이야기, 예산 불란서 신부님

#인터뷰 #어르신이야기 #농촌마을


예산 불란서 신부님


 천주교도인 윤신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처음 궁밭에 이사왔을 때만해도 성당은 없었고 마을에 천주교를 믿는 집이 서너 가구 있었다. 그래서 윤신 할아버지네 집에서 소박하게 예배를 봤다. 


도고마을. 오른쪽에 도고성당이 보인다. (copyright.솔파랑)


 “내 기억인데 아마 한 열 분? 모였던 거 같어. 그때도 일요일마다 예배를 했지. 평일날은 바뻐서 못해. 열 명, 열 댓명 모여서 하다가 점점 신자가 늘었어. 칠 팔십 명되다가 백 명 되고 한 오십 년 전에는 여기 천주교 신자가 한 삼 백명 내지 사 백명 됐어. 아버지가 ‘이제 됐다.’하셨지. 그때는 여기 궁밭이 예산군 관내였어. 아버지가 예산읍내 성당에 가서 불란서에서 오신 신부님을 만났어. 신부님이 젊고 통통하니 체격도 있고 좋은 분이었어. 프랑스 사람이니 말이 통하남. 손짓 발짓 해가지고서는 신부님을 궁밭에 모셔왔어.”


 예산에서 신부님이 오신다니 궁밭 사람들은 빈 손으로 있을 수 없었다. 예산 사람들에게 신부님이 무얼 잡숫는지 물어보고 한 상 가득 차렸다. 아버지는 어렸던 윤신 할아버지에게 금산에서 신부님 마중을 가서 모셔오라는 특별 임무를 주었다. 궁밭에서2km 정도 떨어진 금산에서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던 윤신 할아버지는 아직도 그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신다.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는데 큰 오도바이(오토바이)가 와. 경찰 오도바이처럼 크고 까만 불란서 오도바이야. 신부님이 그걸 타고 오시더라고. 내가 인사하니까 신부님이 오도바이 뒤에서 커다란 도마도(토마토)를 꺼내서 주셔. 설탕 묻혀서 같이 먹었지. 먹고 이제 가려는데 오도바이가 시동이 안걸려. 신부님이 나보고 밀으랴. 한 50m 인가 100m를 밀으니까 시동이 걸려. 그러니까 신부님이 나보고 뒤에 타라 그래. 신부님 오도바이를 타고 궁밭에 왔지.”


할아버지는 아마도 이런 가게 앞에서 신부님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copyright.솔파랑)


 마을 사람들이 환하게 신부님을 맞아주었다. 신부님은 폐를 끼치기 싫어서 점심을 먹고 왔으니 음식을 마을 사람들끼리 나눠먹으라고 했다. 한사코 거절하던 신부님은 두 어시간 예배 후에 밥을 먹고 가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종탑을 만들려고 예산 신부님께 종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종이 안동에 있어. 신자들이 돈을 모아서 아버지랑 마을 사람 대 여섯 명이 안동으로 갔어. 가는 데만 이틀 걸려. 차가 없으니까 걸어가는거야. 안동에 도착했는데 그 커다란 종을 가져올 방법이 있어야지. 종을 싸서 어찌저찌해서 닷새걸려서 궁밭으로 가져왔어. 마을 신자들이 고생했다고 울어가면서 감사하다고 했지.”


신자들은 어찌저찌 힘을 모아 종탑까지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과 면장, 우체국장, 역전 역장, 조합장, 이장이 모여 온 마을이 함께 만든 종탑을 축하했다.


*궁밭 마지막 이야기, 도고성당은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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