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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Nov 16. 2023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찾아왔다.

시바견 이슬이

남편이 카톡으로 강아지 사진을 보내왔다. 예상밖이었다.


"뭐지? 스치듯 본 사진엔 시바견 2마리가 있었다.  키우던 분이 개 2마리 모기 물리지 말라고 피운 모기향에 불이나 연기를 흡입해 질식사했다고 했다. 강아지를 갑자기 잃은  주인은  대상포진에 걸렸고 잊지 못해 다시 시바견을 입양해 온 터였다. 그의 부모님도 강아지를 한꺼번에 2마리를 잃은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주인은 몸을 회복하고 시바강아지를 다시 여수에서 입양해 온 듯했다. 2마리를 키우려고 했지만 버겁다고 해서  우리 집에게 분양을 권했던  것이다.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준비 없이 키운다는 것은 힘든 선택이었다. 평생을 함께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아이 하나가 더 생긴 양육자의 마음으로 가기 때문에 아이 생각하랴 강아지 키우랴 2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었다. 셋 아이 육아도 보통일은 아니겠만...


막상 안된다고 잔소리를 쏟아놓고 사진을 보니 눈에 밟혔다. 귀여웠다. 백구 같기도 하고 진돗개 같은 건가? 같기도 해서 자꾸 보게 되었다. 안된다고 얘기하고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얘기를 하니 아이도 키우고 싶었는지 원하는 눈치였다. 응가를 잘 치운다는 조건하에 우린 입양을 하기로 했다. 


 입양한다고 말하지 않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놀라게 해 주려고 강아지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소리 질렀고 하나둘씩 안아보려고 애썼다. 그렇게 우리 집 시바견 " 이 슬 "이가 되었다. 첨엔 이름을 진숙이라고 짓자는 남편의 작명센스에 놀라고  막내아들 진우에 진 여자 강아지니 숙자를 따 진숙이라니.. 촌티가 났다  난 참이슬병을 보며 이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렇게  17일 날  입양하고 5일째인 오늘 사료를 정신없이 흡입하는 모습에 놀라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강아지용품점에서 서성이다가 이젠 물건까지 집어오는 새로움에 놀라고 있다. 뭐가 그렇게 다양해졌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다이소가서 강이지용품 쓸어오고 아이 양육하듯 뭔가 자꾸 늘어난다. 




어릴 적 마당에서 개를 키우며 같이 성장했다. 요즘 말하는 시고르자브르종   어떤 종인지도 모르는 똥개를 키웠던 기억이 있다. 새끼도 잘 낳고 육아도 잘하는 시골개였다.   새끼를 잘 놓는 "메리"라는 이름의 강아지였다. 털이 누렇고 눈이 동그란 아이의 정다움과 그리움이  아직까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이사오고서도 고2 때 시추를 입양해 키웠고  새끼까지 낳아 키우고 분양까지 했다. 10년 넘게 살다 결혼하면서 친정집에서 키우게 되었고 강아지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명을 달리했다. 내가 힘들 때나, 부모님의  맞벌이로  바쁘실 때면 강아지는 나에게  위로를 주기도 했다.   개라는 그 이상으로 감정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예방접종이나, 미용, 비용은 어쩔 수 없이 많이 든 건 사실이지만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보다 평균수명이 낮아 빨리 죽는 게 아쉽다.  사람들과의 추억, 기억을 멀리한 채로 하늘로 간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강아지를 키우는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 그만큼 티브이에  나오는 잘못된 번식장에 의애 아이들이 희생되고 잔인한 방법으로 새끼들을 키워 유통 시 키키도 한다.  좋은 사랑을 주는 반면 무분별한 번식시스템으로 강아지를 쉽게 키우는 건 아닌지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젠  1인가정의 시작으로 외로움과 적적함을 강아지로 투영시키고 강아지 용품과 펫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지고 있다. 내가 안 입고 안 쓰더라도 강아지에게는 좋은 것만 주는 당연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슬이가 귀엽다고 한 마디씩 할 때면 어깨가 솓아오른다. 사람에게 관심 없던 사람들이 개로 인해 몰린다.

무슨 견종이냐고 물으면 "시바견"이라고 하면 욕하는 줄 안다. 백구인줄 알았다가 시바견이라는 욕이 비슷하게 나오는 견종  장모종보다 털이 덜 날려서 다행인 것 같다. 

천방지축 이슬이의 육아일기가 시작되었다. 건강하게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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