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그냥 혼자 마음의 정리랄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늦은 밤,
오늘따라 왠지 무겁게 밟히는 악셀 페달에
썩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카페로 향했다.
축축이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카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어니언 베이글을 시키고
자리로 돌아와
집에서 가져온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오늘따라 이 책이 맛있어 보인다.
받아온 진동벨이 끝까지 안 울려서
주문한 커피와 베이글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였다.
커피 한 모금과
베이글 한 입,
그리고 책의 한 페이지를 천천히 씹으면서
오늘 하루의 끝 맛을 음미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 세 가지를 함께 음미하다 보니
슬슬 배부름을 느꼈다.
카페를 나와
시원한 바닷바람에 내 복잡한 마음을
훠이훠이 날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노래를 귀가 터지도록 크게 틀어놓고
근처 해안 도로로 핸들을 잡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지럽게 흐트러진 생각들은 놓아주고
더 단단해져야 할 것들은 날아가지 않게 꽉 붙잡았다.
감사하면서 살자.
이렇게 자유롭게 내 생각들을 뛰어놀게 할 수 있는,
어쩌면 쉽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바다 가까이에
내가 살고 있다니.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와중에
저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돌아오는 월요일엔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
그래서 더욱더 파도가 진하게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파도 소리와 함께
스스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이고 어떤 걸 원하는지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소소함에 미소 지을 수 있는 나를 발견한 후로
꽤나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무언가 걸린다.
공허함과 외로움이 때때로 나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요즈음,
온전히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있다.
지친 내 스스로를 보면
나에게 처해진 상황을 탓했었는데,
정작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 건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을 꾹 잡아두었던 나였다.
오늘의 나는 왜 행복했는지,
왜 피곤했는지, 왜 예민했는지, 왜 우울했는지.
섬세하게 내 상태를 돌아보며
내 단단한 마음을 다시금 두드려보면서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지만,
오늘은 그냥 건너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