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매미 장쾌하게 하늘을 찢다
녹음이 조금 조금 풀이 죽어갈 때
풀숲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생명들
바람 따라 계절과 작별하는 길손들에
소곤소곤 서글프게 조문을 하고
하늘로 올라간 풀벌레 소리
별똥별 되어 자욱이 떨어지고
여름내 해안절벽을 거품 물고 조르던
새파란 파도도 맥없이 식어지면
여름의 열정을 이제 가을에 바치고
때 없이 떨어져 구르는 밤알이
뭇 생명들의 뜨거웠던 가슴을 때리면
식어진 발걸음
유성처럼 까닭 없이 떨어지는 밤알을 주워가며
고적한 풀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그 여름날 빛 곱고 단단했던
그 계절 우리의 파아란 소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