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넘게 키워 봤으면 이젠 익숙할 법도 하지만, 육아는 여전히 늘 새로운 모양새로 내게 늘 어렵고, 고된 마음이 종종 들게 하는 단어다.
아이 두 명 이상을 키우는 집은 너무나 공감하겠지만, 정말 유독 지치고,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다.
우리 큰애가 그렇다.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잠도 너무 없고, 너무 안 먹고, 매사 예민하다.
그 부분들이 10년째 여전하다. 그런 예민한 기질의 아이로 인해 눈물바람이었을 때가 참 많았다.
물론 현재도.
기억나는 일화 중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다. 남편이 이른 새벽 먼저 출근한 날.
아침 10분이 정말 귀하디 귀한 워킹맘일 때였다. 부리나케 아침 출근 준비를 해 가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 미역국.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생각하며.
난 아이가 빨리 먹고 나면 그릇을 치우고 현관을 나서야 해야 하는 타이트한 시나리오를 그려야 한다.
하지만 육아 시나리오는 늘 순조롭지 못할 때가 많다. 그 타이밍에 아이는 미역국 말고 볶음밥을 달라고 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순간 화가 난다.
'너 좋아하는 미역국을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아침 댓바람부터 끓인 건데...'
살살 달래서 먹여보려 했지만 막무가내다.
아이는 이런 내 마음 헤아릴 리 없고, 아침 출근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조급한 마음에 다시 프라이팬을 꺼내 볶음밥에 다져 넣을 야채를 미친 듯이 썰어본다.
"엄마가 맛있는 볶음밥 만들었어. 어서 와~"
이젠 먹겠지 하며, 잠깐 한눈판 사이...
아이는 내가 벽시계 미친 듯이 쪼개 보며, 새로 만들어 놓은 볶음밥에 물을 휙 부어놨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샘이 터진 듯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까까지 참았던 화를 어린아이에게 막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먹지 말라고, 버럭 혼내서 우는 아이를 데리고, 한 손엔 내 핸드백과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 든 채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나오시는 순간. 왈칵...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난 눈물이 다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침 댓바람부터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눈물 폭발한 이 어미의 모습이 황당했을 것이다. 내게 육아는 현재까지도 여러 모양새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내 밑바닥의 본성까지 들추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렇게 아이를 원에 등원시켜 놓고, 눈물바람으로 출근하려다 남편과 통화를 하며 애써 마음을 추슬러본다.
이 시점 남편은 이런 나의 감정에 공감과 위로를 해준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집은 알겠지만, 육아에 있어서 남편의 위로와 배려가 필요할 때가 참 많다. 독박 육아라도, 퇴근해서 남편을 붙잡고 왈칵 쏟아대는 고된 육아에 대해 사실, 남편은 이 한마디면 된다.
"오늘도 너무 애썼어. 맥주 한잔 할까?"
"종이에 그림 그리고 있어 ~ 그림 그리는 동안 엄마가 여기 정리 좀 하고, 빨리 목욕물 좀 받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