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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 '밀당'은 필수 과정일까?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겐 밀당을 할 수가 없다.

by 눈꽃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세상 속에서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밀당'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통상적으로 남녀관계에서의 미묘한 심리 싸움을 말할 때 우리는 '밀당'이라는 단어를 쓴다. 줄다리기를 하는 것을 비유해서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하는 것을 뜻하는 그 단어. 그렇다면 '밀당'이라는 단어는 왜 필요한 걸까? 무슨 목적으로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썸 탈 때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도 안 해본 건 아니다. 나도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엔 마치 필수과정인 양 행동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집중하게 하는 게 목적인, 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주는 것. 밀면서 불안을 주고, 당기기를 하면서 안도감을 주는 행동. 밀당. 카톡에 늦게 답장하기, 만나는 횟수 줄이기 등



진짜 사랑을 만나기 전까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드는 건 있다. 남녀관계에 있어서 밀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딱 그만큼이라는 생각.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 사람을 애간장 태울 마음 자체가 들지 않는다. 물론, 상대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나도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사실 내가 그랬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 했다. 그가 내게 조건 없이 퍼줘서 내가 그런 건지, 내가 그에게 조건 없이 퍼줘서 그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나도 고스란히 상대의 배려 깊은 사랑만 받았다. 내가 계속 용쓰는데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면...



혜민스님이 말씀하시길, 노력하는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니라고 했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무림 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고.

너무 힘들게 하는 연인은 그냥 놓아주라고 했다.



맞는 말인 거 같다. 아무리 용써도 그럼에도 나 싫다는 사람은 그냥 보내줘야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슬프지만, 인연이 아니기에...



밀고 당기기. 밀당.

폭우 속에서 우산 하나 쓰고 갈 때 서로의 어깨 더 비 맞을세라 우산 손잡이 상대방 쪽으로 들이밀 때나 씁시다. 머리 쓰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따뜻한 사랑만 전달해줍시다. 바로 나오진 않더라도 계속 부어주면 어떻게든 한꺼번에 콸콸콸 나오게 해주는 마중물처럼...



만난 지 19년 차, 결혼 14년 차 인 우리 부부는

'밀당' 그 딴 과정 없이도

졸라게 행복하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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